[Sea&Talk] 부산도선사회 회장 정태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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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산업 첨병 역할에 큰 보람"

정태완 부산항도선사회 회장이 북항내 도선선(Pilot Boat)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마도로스의 꿈은 도선사다. 두가지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육상에서 가족과 생활할 수 있다는 점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도선사의 연봉은 1억5천만 원 안팎으로 직업군 중 상위 1, 2위를 다툰다.

그러나 도선사를 속물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정태완(56) 부산도선사회 회장은 "도선사는 항만산업의 첨두에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도선을 잘못해 신항 입구에 컨테이너선이 좌초된 경우를 상상해보라. 대한민국의 물류가 올스톱되고 국가경제는 마비되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도선사에게는 막중한 책무와 그것을 완수하는데 따른 짜릿한 보람이 있다.

입출항 선박 안전 인도 업무
연봉 높아 '꿈의 직업' 선망
악천후속 접안 성공 땐 희열
"신항 토도 제거 서둘러야"


도선사는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직업이다. 도선선(Pilot Boat)를 타고 외항으로 가서 선박에 올라 부두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선장은 각 항구의 항로와 바다밑, 부두상황 등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항만내 지휘권을 도선사에게 맡기게 된다. 입출항 과정의 안전에 대한 총괄책임을 도선사가 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 회장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부산항의 최대 이슈인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입항과 신항내 토도 제거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이 사상 최초로 부산항에 들어오면서 우리도 바빠졌습니다. 도선사와 보조도선사 등 2명의 도선사가 그 배에 탈 예정인데 이런 경우도 사상 처음이죠. 배가 워낙 크다 보니 5월 초에는 안전한 입출항을 위한 시뮬레이터 훈련까지 받습니다."

정 회장은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에 맞춰 신항 중앙에 있는 토도의 제거를 강하게 요구했다.

"통상 항로폭은 선박길이의 배가 확보돼야 하는데 토도와 부두 사이의 폭은 420m에 불과한데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의 길이는 400m나 됩니다. 토도를 제거하지 않으면 입출항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 회장은 토도 제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도는 세계적 항만인 신항의 '옥에 티'라고 볼 수 있다"며 "신항의 부두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는 게 혼란과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부산항에는 도선사가 49명(전국 250명)이 있다. 이들은 순번제로 일을 하며, 배 한 척당 70만~100만원의 도선료를 받는다. 수입은 도선사회로 들어와 매월 공평하게 나눈다. 정 회장은 "국내 항만의 도선료는 해외 항만에 비해 턱없이 싼 편"이라며 최근 제기된 도선료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선사는 고액의 연봉때문에 '꿈의 직업'으로 불리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조건이 까다롭고 고시 수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6천t 이상의 선박에서 5년 이상 선장을 한 사람만 응시할 수 있으며, 필기시험(영어, 선박운용술, 해사법규)과 실기시험 등 2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10명을 뽑는데 100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0대 1이다.

"보통 10년은 공부를 하죠. 절이나 고시원에 들어가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0번 넘게 응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5번째 시험에서 합격했죠."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52세다. 항해사와 선장을 거쳐 자격조건을 갖추는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선사는 다른 국가자격증과 달리 정년이 65세로 정해져 있다.

정 회장은 "사실 정년이 있기 때문에 도선사 생활은 10년 정도 밖에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연봉이 많다고 하지만 정년이 없는 변호사나 의사 등 다른 전문직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평생 바다에서 생활하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지만 돈 보다는 국가간 무역의 중심에 서 있다는 자부심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비바람과 파도를 뚫고 선박을 안전하게 부두에 접안한 후 선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엑설런트(Excellent!)'라고 말해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손영신 기자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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