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안타까운 母情, 지적장애 딸 구하고 트럭에 치여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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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라 더욱 가슴 뜨거운 내리사랑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 착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불쌍하고 막막하네요."

7일 오전 갑자기 아내 배미애(37) 씨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한영선(43) 씨는 연신 울먹이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아내 배 씨는 지적장애 딸(10·언어장애 4급)을 인근 장애인시설에 등원시키던 중 신호위반을 한 채 달려오던 트럭에 치여 숨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남 거제의 배미애 씨
25t 덤프트럭 달려오자
딸 밀쳐내고 자신은 희생
목숨 건진 딸도 다리 잃어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 아파트에 사는 배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딸과 함께 이날 오전 8시가 넘어 집을 나섰다. 배 씨는 장애가 있는 딸의 손을 잡고 통학버스를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게 매일 아침을 여는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날이 딸과 함께 하는 마지막 등원길이 되고 말았다.

배 씨 모녀는 집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아주치안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지났을 무렵인 이날 오전 8시 35분 정 모(45) 씨가 운전하는 25t 덤프트럭이 배 씨 모녀를 향해 달려왔다.

차량 신호등은 빨간불이었지만 트럭은 멈추지 않았고, 배 씨는 육중한 덤프트럭에 깔려 그대로 현장에서 숨졌다. 딸은 목숨을 건졌지만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에 따르면 배 씨는 사고 직전 자신의 몸에서 딸을 힘껏 밀쳐냈다. 자신을 희생해 딸의 목숨을 구한 최후의 동작이었다.

사고 트럭은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 골재를 공급하던 차량으로 알려졌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딸까지 중태에 빠져 넋이 나간 남편 한 씨는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딸 셋 중 사고를 당한 딸은 둘째이고 맏이는 중학생, 막내는 이제 겨우 3살이다.

한 씨는 지역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지만 지병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아파트 관리비를 내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이웃 주민들은 "가난하지만 누구보다도 자식들을 사랑하고 부부애도 좋았고 열심히 착하게 산 보기 드문 가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덤프트럭 운전자 정 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백남경 기자 n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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