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만 묻다 돌아서는 주부 "대목 사라져" 한숨 쉬는 상인들
꽁꽁 얼어붙은 수산물 시장
12일 오전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대형선망수협 직원들이 고등어 생선 상자에 국내산 수산물의 안정성을 홍보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일본발 방사능 오염 공포로 소비자들의 수산물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추석을 앞두고 부산지역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산물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안정성'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을 좀처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소비시장의 위기로 수산물 도매시장과 생산업계도 좌불안석이다. 소비 수요가 바닥인 상태에서 연근해어업 성어기가 시작되면서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 등의 이중고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 방사능 불안 여전
원산지 설명 안 믿어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일본산 판매 아예 중단
서해·유럽산 구매 몰려
수산업계 "매출 30% 줄어"
사태 장기화 우려 고조
■유통업계 죽을 지경
추석을 8일 앞둔 11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예년이면 인산인해를 이뤄야 할 시장이 다소 한산한 가운데 상인과 고객들이 원산지를 물으며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하지만 수산물을 실제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이었다.
상인들은 '명절 특수'가 사라졌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돔과 명태 등을 파는 김 모(72) 할머니는 "명절 차례상에 많이 사용되는 조기, 돔, 민어, 전어 등이 잘 안 팔린다. 대목인데 하루 10만 원어치도 못 판다"며 "원산지를 표기하고 일본산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을 보러온 주부 송순옥(66·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원산지가 표기돼 있지만 일본산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 그래서 올해는 민어와 가자미만 조금 구입했다"고 말했다.
대책으로 자갈치시장 어패류 처리 조합은 10여 일 전 일본산 명태 선어의 판매를 중단했다. 또 유일한 일본산 수산물인 돔에 대해서는 방사능 측정을 강화했다.
김종진 조합장은 "시장 입구에 자갈치시장의 수산물은 모두 안전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며 "방사능 공포가 장기화되면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이마트 문현점의 수산물 코너. 이마트 직원들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는 내용을 적극 홍보했다. 이날 가장 잘 팔린 수산물은 서해산 전어와 꽃게, 세네갈산 갈치, 노르웨이 연어 등이었다.
이경환 홍보팀 대리는 "일본 수산물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해 일본 해역과 멀리 떨어진 서해산, 동남아산, 유럽산 수산물 등만 찾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았던 고객들도 대형 유통업체 쪽으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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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방사능 공포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면서 추석을 앞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자갈치시장 어패류 판매점의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