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선량 엑스레이, 안전하지만 '중복·반복적 검사'는 주의해야
펫시티(PET-CT) 촬영 모습. 반복·중복 노출에 따른 방사선 피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암 검진을 위한 필수 검진 도구로 현대 의학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일보 DB"엑스레이 검사도 안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 원전이 암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온 직후의 일이다. 원전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검진을 포함한, 방사선을 이용한 모든 의료행위를 기피하게 만드는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옳은 현상일까?
1인당 방사선 검사 연 4.6회 급증세
'원전 암 발병 영향' 판결 이후 논란
고가 숙박검진일수록 노출량 높아
꼭 필요한 경우 적절한 검사 받아야
■"방사선 검진, 실보다 득 많아"
'문턱 없는 선형'(LNT: Linear-No-Threshold) 가설이란 게 있다. '아무리 낮은 (방사)선량이라도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ICRP) 등 국제기구에서 원폭 생존자 및 방사선 노출 질병 발생자를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권고하고 있는 방사선 방호 개념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100mSv(밀리시버트) 미만의 저선량의 경우 이 가설을 인체에 적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저선량에 대한 생물학적 영향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비상진료센터의 진영우 박사는 "매우 낮은 선량의 방사선 영향은 고선량 방사선 영향과는 매우 다르다. 저선량 방사선 역학연구에서의 불확실성은, 저선량 방사선 피폭에 따른 질병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아직은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요컨대, 생물학적 영향이 밝혀지지 않은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정작 필요한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를 거부하는 게 옳겠냐는 것이다.
■과도한 중복·반복은 위험할 수도
보통 자연에서 노출되는 연간 방사선량은 3mSv 안팎이다. 그런데 방사선 의료진단장치의 1회 촬영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흉부 엑스레이(X-ray) 0.01~0.1mSv, 유방촬영기 0.8mSv, 두경부 CT 2mSv, 흉부 CT 9~10mSv, 복부·골반 CT 10mSv, 심장 CT 18mSv, 전신 CT 12~25mSv다. 1년치 방사선량의 몇 배나 되는 양을 촬영 한 번에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인데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방사선 진단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가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방사선 검사 건수 및 검사 종류별 피폭량 등의 빅데이터 10억여 건을 조사·분석했는데, 해당 기간 우리 국민의 연간 진단용 방사선 검사 건수는 1억 6천만 건에서 2억 2천만 건으로 5년간 약 35% 증가했다.
국민 1인당 방사선 검사 건수도 같은 기간 3.3회에서 4.6회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국민 1인당 연간 진단용 방사선 노출량도 0.93mSv에서 1.4mSv로 5년간 51%나 증가했다. 노출량의 절반 이상은 CT 때문으로 나타났다. 촬영 건수로는 엑스레이가 1억 7천만 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600만 건에 불과한 CT가 1인당 노출량에서는 절반 이상(56.4%)을 차지했다.
방사선 노출 정도는 고가 검사일수록 더 많다. 지난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서울의 대형병원 10곳의 건강검진 상품의 방사선 노출 정도를 조사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고가인 숙박검진(2~4일)의 경우 평균 24.08mSv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촬영비용이 100만 원을 호가하는 펫시티(PET-CT)는 13~25mSv의 방사선 노출을 발생시킨다.
저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중복 또는 반복적으로 검사받는 것은 위험성을 높이는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받아야
그런 이유로 근래 국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환자에 대한 방사선 피폭 관리를 위한 법률 개정과 시스템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의학 관련 전문의들은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정승은 교수는 지난달 18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방사선과 건강' 학술포럼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는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전 종사자들이나 원전 주변에서는 반드시 관리를 위해 선량한도가 있어야 하지만 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이용할 때는 선량한도나 기준을 정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발언 요지다. 어떤 사람은 특정 한도 이상의 방사선이 필요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전혀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또 "일률적인 기준과 한도는 자칫 병변을 발견하지 못하는 불량검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방사선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 정 교수는 "의료방사선은 의학적으로 이득이 있는 경우에 최적화된 상태로 사용돼야 한다. 의사와 환자 모두 불필요한 검사에 대해 인식하고 적절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