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문학이 마주한 근대성과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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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탐사한 근대 / 임홍배

괴테에게 있어서 근대는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체제로 향하는 동인이기도 하지만 많은 폐해들도 양산한 시대였다. 아마추어 역사애호가들이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와 러시아군의 전투를 재연하고 있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관료제가 대단히 합리적인 조직형태이어서 그것이 근대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갔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존적인 삶과 성찰적인 삶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근대성의 중독으로 인해 사람들은 규모를 사랑하는 '메갈로마니아'가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속도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룡들이 되었다.

근대가 던지는 의미와 폐해를 괴테의 문학작품을 통해 재해석한 책이 나와 관심을 끈다.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임홍배 교수가 지난 10여 년간 진행해 온 괴테 연구의 총결산이기도 하거니와, 문학 작품을 사회적 의미로 이끌어 낸 의미 있는 저서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에서부터 만년의 작품인 '친화력'과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마지막 작품 '파우스트' 2부에 이르기까지 괴테의 창작활동 시기별 대표작을 중심으로 괴테 문학에 나타난 근대성을 고찰하는 사회적 스펙트럼이 흥미롭다.

괴테 10여 년 연구 결정판
문학을 사회적 의미로 재해석
"예술가는 시대 상식에 저항"

괴테는 프랑스대혁명에 대해 양가적 생각을 했듯이, 근대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 근대성은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체제로 향하는 동인을 이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괴테는 새로운 시스템이 불러 온 폐해들도 분명히 인식했다. 근대성의 산물인 관료제는 사랑이나 증오나 사적이면서 계산될 수 없는 감정적 요소들을 완벽히 배제하는 특성을 지닌다. 감성과 상상력을 근간으로 하는 예술가는 이러한 상황에 당연히 저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괴테가 생각하는 근대성에 대한 의미 부여와 함께 근대성에 대한 저항 의식들도 들추어내고 있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서는 근대로의 이행기에 개인의 인간적 완성과 평등한 사회공동체 실현이 과연 어떻게 합치될 수 있는 가를 탐구하고, '파우스트' 2부에서는 서구중심주의와 식민 지배, 노동착취에 근거한 폭압적 근대화와 기술적 근대주의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괴테는 근대의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살았다. 그는 근대의 역동성을 '파우스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작품에 담았다. 이는 괴테가 시대 정신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시대와 당당히 맞섰다는 것을 뜻한다. 예술가는 당대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당대와 마주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적절하다. 당대와 마주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상식에 저항하며, 그 속에서 사는 존재들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것을 뜻한다.

전체 5부 중 제1~3부는 작품론이 주가 되며, 제4부는 괴테 문학에 나타난 근대 및 근대화 폐해, 제5부는 괴테의 상징론과 문학론을 살펴본다. 이 책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비교적 쉽게 괴테문학의 근대성과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괴테는 전 생애를 바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와 영혼 구원의 진리를 담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의 정신들과 그가 마주한 근대라는 시대적 상황이 어떤 연결선을 지니고 있는지 고찰하게 하는 의미 있는 저작이다. 임홍배 지음/ 창비/ 447쪽/ 2만3천원.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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