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면 당할수록 행복한 '경찰 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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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경찰서 정지원 이경이 10일 어머니가 근무하는 초등학교를 깜짝 방문, 포옹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지금(몰래) 만나러 갑니다!"

지난 2일 오전 11시께 부산의 한 아파트. 나 모(54·여) 씨는 얼마 전 입대한 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30분 전 안부 전화가 온 터였다. "잠은 제대로 잘까…" 걱정하는 찰나, 현관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나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꿈에 그리던 아들이 활짝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신입대원의 깜짝 부모 방문
동래서 방순대 이벤트 화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손 모(23) 이경이 모습을 드러내자 나 씨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1월 입대한 손 이경은 지난달 부산 동래경찰서 방범순찰대에 배치됐다. 하지만 훈련소 기간 독감 증세가 악화돼 군장을 풀기도 전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아들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나 씨는 한달음에 달려가 일주일간 아들을 보살폈다. 완치된 아들을 떠나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나 씨. 자나 깨나 아들 생각에 불면의 밤이 이어졌다.


     

나 씨는 "한창 군 생활을 하고 있을 아들이 집에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비슷한 얼굴의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며 "아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얼마나 안심이 됐는지 모른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손 이경의 깜짝 방문은 동래경찰서에서 마련한 '몰래카메라'였다. 방범순찰대에 갓 배치 받은 신입 대원의 적응을 돕고, 부모님 걱정도 덜어드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지금까지 손 이경을 포함해 5명의 대원이 몰래카메라로 어머니·아버지와 재회했다. 이형범(25) 이경과 정지원(23) 이경은 어머니가 일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정성윤(23) 이경은 생신을 맞은 아버님을 위해 케이크를 사들고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의 만남은 고스란히 선임 대원들이 촬영해 '동래방순대 힐링캠프'라는 영상물로 제작됐다. 형식은 '몰래카메라'지만 내용은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힐링캠프'라는 의미를 담았다.

대원들의 '깜짝 방문'은 부산경찰청의 좋은 시책으로 뽑혀 경찰청 본청에 보고되기도 했다. 호응에 힘입어 동래경찰서는 매달 신입 대원이 들어올 때마다 방문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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