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시간선택제 일자리, 그림의 떡인가
/서옥순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일자리는 그 사회의 경제·산업적 여건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반영한다. 그래서 '고용문화'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일자리를 단순히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던 시대에서 일을 통한 자아실현, 행복 추구가 중요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의 잣대가 높은 임금수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일을 통해서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가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아실현 등 일자리 인식 변화
다양한 수요 발생에 대처 절실
여성·장년층 취업 희망 증가
시간 선택 근로제 효과 기대
기업부담 증가 해소 정책 필요
정규직이란 홍보도 병행돼야
일자리를 얻고자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학력이 높아졌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연히 많아지고 사회적 지위도 향상되었다. 앞으로 여성과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와 구직활동이 더욱 증가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바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고용률 70% 달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들이 제시되었고,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이다. 이 방안은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을 선택하여 일할 수 있고, 근로조건, 복지혜택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을 받지 않는 일자리를 말한다. 고용안정성과 복지혜택이 보장되면서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 장시간 근무가 부담스러운 장년층에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시행은 장년층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은 편인 부산의 고용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고 구직자들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부산지역 확대가 흐지부지하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먼저 솔선수범한다는 측면에서 부산시가 시간제 공무원을 뽑았으나 소수에 그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주로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무엇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에 따른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일 것이다. 전일제 근로자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전일제와 같은 복지혜택을 제공함에 따라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 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인건비 지원의 장기적 지속은 어려우므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이 기업의 수익 증가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기업은 인건비 지원금 없이도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단시간을 일하는 근로자이다. 일정 시간 이후에 업무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사업체 전체에 걸쳐 업무 재설계가 이뤄져야 하며 이에 따른 업무분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시간선택제 근로자 고용과 더불어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기업의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 체계를 시간선택제 도입에 걸맞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문 컨설팅 지원이 좀 더 확대되고 지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규직 시간제 적용이 가능한 신규 직종 발굴이 필요하다.
이 제도 시행 확대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비정규직, 임시직이라는 오해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일제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시간선택제로 전환했다가 다시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복지혜택이 보장되는 정규직 일자리임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더욱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체계와 문화를 바꾸고 인식을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그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효율적인 변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그림의 떡이 될지, 훌륭한 양식이 될지는 그 떡을 주무르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