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이 천덕꾸러기 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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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마다 주인을 찾지 못한 졸업장이 수북이 쌓이고 있다. 취업난으로 학생들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졸업장 자체가 '취업 전선'에는 큰 의미가 없어 빚어지는 씁쓸한 풍경이다.

2년 전 부산대학교를 졸업하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김 모(28) 씨는 대학교 졸업장이 없다.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식도 가지 않았고 졸업식 후 졸업장을 찾아 가라고 학과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지만 찾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전산으로 증명 가능해지고 
취업난에 졸업식 참석 꺼려
수년째 안 찾아간 졸업장
대학마다 골칫거리로 전락

본보 취재진이 부산 지역 대학 8곳을 조사해 본 결과 학과별로 보관 중인 졸업장이 10~20장가량에 달했다. 전체 졸업생의 20%가량의 졸업장이 학과 사무실에 보관 중인 학과도 있었다.

19일 졸업식을 한 동의대학교 전자공학과의 경우 46명의 졸업생 중 11명의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아가지 않았다. 지난해 졸업한 60여 명 중 18명의 졸업장도 아직 학과 사무실에 있다. 부경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경영학과에서 140명이 졸업했으나 20여 명이 졸업장을 찾아가지 않았다. 동아대학교는 지난해 5천 명이 졸업했으나 아직 100명가량의 학생이 졸업장을 받지 않았다. 일부 학과에서는 4~5년째 졸업장을 찾지 않은 졸업생도 있었다.

이 같은 풍토는 어려운 취업 상황과 졸업장의 상징적 의미가 퇴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졸업생들의 취업 압박은 졸업식 불참으로 이어진다. 또 대학교 졸업장이 학문 이수의 증표라는 상징성도 사라졌다. 동아대 최규환 학생취업지원처장은 "대학교를 졸업하는 이유가 취업 때문인 세상이 된 지 오래다"며 "졸업 여부는 전산시스템 등으로 증명할 수 있고, 졸업장에서 느끼는 뿌듯함이 사라진 세태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각 대학교는 주인 없는 졸업장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학교는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을 섣불리 폐기 처분하지도 못하고 학과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예전에는 졸업식 참석은 안 해도 뒤늦게 졸업장은 다 찾아갔는데 최근에는 졸업장 찾아가라고 독촉 전화하는 게 큰일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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