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떠도는 컨테이너' 감만문화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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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편집3팀장

컨테이너가 이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컨테이너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부산이나 인천이 아니라 서울에서다.

서울 도시철도 2호선 건대입구역 앞에는 거대한 컨테이너 쇼핑몰이 위용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0개의 컨테이너로 지었다는 '커먼그라운드'다. 푸른빛이 도는 컨테이너 건축물이 잿빛 도시 속에서 이목을 끈 덕분에, 이곳은 개장 1년 만에 300만 명의 손님을 불러 모았다. 서울 강남구에는 'SJ쿤스트할레'라는 컨테이너 문화공간이 들어섰고, 도봉구에는 국내 첫 컨테이너 공연장인 '플랫폼 창동61'이 새로 생겼다.

주목받는 서울 컨테이너 건축물들
그러나 소통의 본질과는 거리 있어
'떠도는 컨테이너' 감만문화놀이터
'러버덕'처럼 부산 문화의 소통 도구로

서울의 컨테이너 재활용에 자극을 받은 부산시가 뒤늦게 9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수영구 망미고가차도 아래에 컨테이너 구조물 형태의 복합공간인 'B-컨 그라운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19년까지 완공될 B-컨 그라운드는 복합 쇼핑몰, 공연장, 익스트림 스포츠 공간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라고 해서 벌써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B-컨 그라운드는 규모면에서 분명히 주목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문화를 크기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부산 곳곳에 들어선, 거대한 문화 건축물이 소통보다 오히려 불통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지 않은가. 물론 B-컨 그라운드를 짓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죽은 공간으로 치부된 고가차도 아래를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참에 눈길을 끌지 못한 기존의 컨테이너 문화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산 남구 감만창의문화촌에는 오렌지색 컨테이너 3개가 2년 전 설치됐다. 부산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공미술 사업비를 따내 조성한 '일상의 재생, 감만문화놀이터'라는 이름의 다용도 이동식 문화공간이다. 변신하는 자동차처럼 대상과 장소에 따라 전시장 혹은 예술교육 공간으로 쓸 수 있고, 그동안 감만동에서도 효용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이들 컨테이너는 처음부터 고정형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다. 컨테이너의 본질에 알맞게 '이동'에 초점을 뒀다. 아무리 폐컨테이너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재활용이라면 옮겨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 속에 문화를 담으면 문화를 옮기고, 예술을 담으면 예술을 이동시키는 용기가 된다. 서울의 웅장한 컨테이너 건축물들과는 본성부터 다른 것이다.

'로지스틱스' 저자인 데보라 코웬은 "사물의 순환뿐 아니라 삶의 유지가 포함된 개념"으로 컨테이너를 해석했다. 이동 용기 자체가 아닌, 그 용기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네트워크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네트워크 속에서 소통의 꽃이 필 수 있다.

감만문화놀이터도 그런 취지로 제작됐다. 부산의 다양한 문화 꽃이 이동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전파되기를 바란 것이다. 감만문화놀이터의 별칭도 '떠도는 컨테이너'였다. 지금도 땅바닥에서 쉽게 떼어내 옮길 수 있다. 그러나 2년째 꼼짝없이 묶여 있다. 부산을 주유하면서 문화 씨앗을 골고루 뿌리고 싶지만 이동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떠도는 컨테이너는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용두산공원으로, 가덕도로, 일광해수욕장으로 옮겨 다니는 본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소통의 문화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것이 창의적인 도시 문화를 잉태하는 자양분이 돼야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러버덕'(Rubber Duck)처럼 말이다.

거액을 들여 거대한 컨테이너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하지 않는 '소통의 컨테이너'로 새로운 지역 문화를 일으켜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부산시가 직접 나서거나 기업 후원을 받는 방법을 생각해 볼 일이다.

떠도는 컨테이너는 그 자체로 불통의 문화판을 소통의 문화판으로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 속에서 부산시장이 '문화진담' 행사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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