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바둑 초단 "하루 12시간 바둑공부 끝에 입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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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꽉 막힌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 열린 제139회 일반입단대회 본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단에 성공한 이주형(25·한종진 바둑도장 원생) 초단. 이날 탄생한 5명의 새내기 초단 중 부산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이 초단은 7살 때 바둑에 입문해 2004~2011년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활동하며 입단 준비를 해 왔다. 꾸준히 도전한 끝에 입단에 성공해 지난 14일 한국기원 4층에서 2017년 일반입단자 면장을 받았다.

9전 10기로 최근 면장 수여
139회 대회서 부산 출신 유일
3월엔 세계바둑오픈전 데뷔

이 초단은 오는 3월 중국에서 열리는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 초단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부모님과 한종진 원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부산 사나이'의 듬직한 모습을 자주 보여 드리고, 한국바둑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1992년 부산 동구에서 태어난 이 초단은 7살 때 바둑애호가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당시 <부산일보>에 기보를 연재하던 김철중 아마 7단의 영재바둑학원에 들어갔다. 이 초단은 이곳에서 배우는 속도가 아주 빨라 '제트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기초를 닦은 후 영도청학바둑학원으로 옮겼고, 초등 4학년 때 부산·울산 어린이바둑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서울 허장회 바둑도장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기보, 사활, 복기 등의 공부를 무한 반복했습니다."

2004년 선발전을 통해 한국기원 연구생 10조로 들어갔다. "매월 리그전을 통해 각 조 12명 중 성적에 따라 상위 4명이 상위 조로 올라가고, 하위 4명이 아래로 내려가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고3 때 1조에 올랐다.

이 초단은 "2010년 BC카드배 세계바둑대회 64강에서 당시 국내 랭킹 1위이며, 이 대회 우승자인 이세돌 선수에게 패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프로가 금방 될 것 같았는데 기회를 한두 번 놓치다 보니 실망도 컸습니다." 그는 바둑을 멀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기회는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반면 경쟁은 아주 치열해 탈락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제대 후 2015년 노사초배 전국아마대회 최강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입단 대회에 나섰지만 최종입단결정국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6년 전국 체전 부산대표로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수상한 후 다시 힘을 냈고, 이번에 9전 10기 끝에 입단에 성공했다.

이 초단은 "군 생활을 통해 인내심과 자기관리를 익힌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초단의 기풍은 중반 전투력에 강점을 가지는 실리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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