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라파포트 감독 "영화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보는 것"

'영화는 본인이 경험하지 못할 다른 사람의 인생과 경험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문이다.'
기존 영화를 재구성해 의미를 재해석하는 편집다큐멘터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단편영화의 거장 마크 라파포트(75) 감독.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 국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부산을 처음 찾았다.
부산단편영화제 심사 참가
"박찬욱, 21C 최고의 감독
게리 쿠퍼 영화 만들고파"
2002년 전주국제영화제 때 한국 땅을 밟은 이래 15년 만이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부산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그는 "영화제에서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한국에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작품이 상영된 뒤엔 관객도 만난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찬욱·봉준호·이창동 감독 등 한국 감독의 영화를 많이 접했다는 라파포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을 '21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꼽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친절한 금자씨'가 최고의 영화로 생각된다. '하녀'와 '올드보이'도 인상적이었다. 말하다 보니 다시 보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라파포트 감독은 부산에 오기 불과 이틀 전에 할리우드 배우 폴 헌레이드의 삶을 추적한 '폴 헌레이드의 이중생활' 후반 작업을 끝내기도 했다.
영화는 영화 속에선 주인공을 맡아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실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폴 헌레이드의 삶을 통해 인생의 빛과 어둠을 포착해내고 있다.
그는 "작품을 끝내면 다른 곳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만들고 싶은 프로젝트가 100만 편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리 쿠퍼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부산서 '게리 쿠퍼'라는 이름을 단 호텔을 발견했다는 라파포트 감독은 "영화를 만들라는 신의 계시인 듯하다"며 "올해 가을쯤 완성될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게리 쿠퍼 호텔 벽면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라파포트 감독은 이어 "영화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라며 "영화의 역사는 짧지만 내용은 풍성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직 발견되지 못한 영화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출신인 라파포트 감독은 '경치 좋은 길'(1978)을 비롯해 '록 허드슨의 홈 무비'(1992), '진 세버그의 일기'(1995), '비커밍 아니타 엑베리'(2014), '빈 스크린'(2017)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다. 12년 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지금껏 프랑스에서 활동 중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