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그 이름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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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이름 짓기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규정하기'나 '가치 부여하기'쯤 될 것이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62주년 현충일 추념사 가운데 한 구절.

"저는 오늘,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자 합니다.…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대통령이 여공을 애국자로 부른 순간, 먼지 구덩이 청계천변 다락방에서 허리도 제대로 못 편 채 젊음을 바친 모든 이가 꽃이 되었다. 제대로 이름을 부른다는 건, 이런 것이다.

한데, 뭔가 좀 깔끔하지 않은 명명도 있다.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창업한 벤처기업 ㈜코어닷투데이가 며칠 전 일반인도 법률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법률 검색엔진 '로우봇(LAWBOT)'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을 어긴 것. '도오쿄오, 윈도우'로 장음 표기를 하지 않고 '도쿄, 윈도'라 쓰듯이, '로우봇'은 '로봇'이라야 한다. 아마 로봇(robot)이라는 오해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터.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로 스쿨(law school)'이나 '코먼 로(common law·로마법, 대륙법 따위와 구별되는 영미법(英美法)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서 보듯이 '로'로 확정된 표기를 '로우'로 되돌린 건 아쉽다. 외래어 표기'법'을 어긴 법률 검색엔진이라….

하나, 이 이름도 '참수리차'라는 명명에 비하면 양반이다. 며칠 전 이철성 경찰청장은 살수차를 참수리차로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이 청장은 "살수차나 물대포는 용어의 어감이 안 좋다는 의견이 있어 명칭을 변경했다"며 새로운 이름은 '참되게 물을 이용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살수차(撒水車)라는 이름은 적절치 않았다. 사전적 의미가 '도로나 운동장 같은 데에 먼지가 나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청소)차', 혹은 '급수차'이기 때문이다. 분산 살수나 곡사 살수면 모르겠지만,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직분사를 한다면 '물대포'가 가장 맞춤한 이름인 것.

그러니 저러한 이름 짓기는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다. 당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코미디' '어이없다' '이름 갖고 장난하냐'는 반응에다 '참수차'라는 비아냥도 올랐다. 시민들이 경찰에 바라는 건 물(대포)로 (촛)불을 일으키는 기적이 아니다. 손에 쥔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성찰만 해 주더라도 신뢰와 지지가 달라질 텐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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