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고 '배달 급식'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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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중·고등학교 학부모 100여 명이 4일 해운대고에서 급식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1년 넘게 먹은 배달 급식,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

4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고등학교에 점심 급식을 실은 트럭이 들어왔다. 기숙사가 있는 해운대고에는 하루 3번 이런 밥차가 온다. 트럭에서 내려진 국과 밥, 반찬들은 식당으로 옮겨졌다. 한 시간 전 사상구 주례동에서 출발한 음식들이다. 겨울에는 음식이 식어있기 일쑤다. 고등학교 점심 배식이 끝난 후 12시 50분부터 바로 옆 해운대 중학교의 급식이 이뤄진다. 중학생들은 매번 식은 음식을 먹는 데다, 양이 부족해 햄버거로 때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교 - 급식업체 법적 다툼
학생 급식 1년 넘게 파행 

부산교육청은 지원 외면
학부모들 해결 촉구 집회

해운대중·고에 배달 급식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해운대고가 A 급식업체의 급식비 횡령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이 발단이다. 급식실 설비를 한 A 업체 측은 소송 중 조리 기구 등 관련 시설을 철거했다. 이후 배달 급식이 18개월 동안 진행된 것이다. 해운대고와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해운대중도 이때부터 배달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후 해운대고 학생 600여 명은 점심과 저녁을 배달 급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100여 명은 아침도 급식으로 해결한다. 주말에는 밥차가 오지 않아 기숙사 학생들은 인근 식당에서 매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배달 급식의 양과 질에 불만을 나타내며 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급식실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과 학교는 모두 급식실 시설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학교와 급식업체 간 법적인 다툼이 진행 중이어서 설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형사립고여서 설비 지원의 근거가 희박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해운대고는 재정난을 이유로 시교육청의 지원을 요구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재단 사정이 어려운데다 통상 사립고의 급식실 설비는 교육청에서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100여 명의 학부모들은 4일 시교육청의 해운대고 급식 실사 현장에서 집회를 갖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해운대고 김미자 운영위원장은 "배달 급식이 부실해 저녁이면 학교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며 "교육청은 법적 다툼을 이유로 뒷짐을 지고, 학교 측은 재정난으로 나몰라라하는 사이 아이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송지연·임태섭 기자 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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