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소음에 시달리는 바닷가 아파트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한 아파트 20층에 사는 주민 최 모(34) 씨는 최근 1년여 동안 아래층에서 밤낮으로 올라오는 소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원인은 알고 보니 이 씨의 집 아래층에서 집을 단기로 빌려 머무는 관광객들 때문이었다. 최 씨는 "올여름에도 관광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주거지 한가운데 있는 불법 숙박업소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해도 묵묵부답이었다"며 하소연했다.
한적했던 최 씨 동네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에 휩싸인 것은 몇 년 새 이 근방에 '에어비앤비(Airbnb)' 숙소가 하나둘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광안리 일대에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이 증가하면서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등이 중심이었던 부산의 '에어비앤비 지도'가 광안리 일대까지 넓어졌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조용한 주택가이지만 바다 전망이 있고 유흥가와 인접하다 보니 이들 숙소는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단기 숙소
해운대서 광안리일대로 확산
"밤새 웃고 떠드는 소리에
잠도 못 자고 미치겠어요"
이웃 주민 고통 호소 잇따라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을 통해 '남는 방'이 있는 집주인과 빈방을 찾는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숙박 공유(共有) 서비스다. 2013년 1월 설립된 에어비앤비코리아에 등록된 숙소는 지난해 9월 1만 9000여 곳으로 2013년 10월(2000곳)보다 무려 9배 이상 늘었다. 한국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2016년 한 해 동안 51만여 명으로 2015년도(22만여 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에어비앤비 영업을 하기 위해선 지자체에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등록하고 영업하는 민박업자는 거의 없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에어비앤비 영업은 주택·아파트 등 주거 용도의 건물에서만 가능하고,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코리아 사이트에는 국내·외 관광객 누구나 통째로 빌릴 수 있는 빈 아파트나 오피스텔 수백 개가 손쉽게 검색된다.
부산관광경찰대는 올해 9월까지 부산 지역에서만 불법 에어비앤비 업소 272곳을 단속했다. 지난해 단속 건수(209건)를 이미 훌쩍 넘긴 수치다. 주택가 내 거주지 공유 서비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자 에어비앤비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불만 사항을 접수해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에어비앤비 이웃'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항의가 반복되면 해당 호스트를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에서 제외하려는 조치다.
민소영 기자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