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두고 만차' 시민 놀리는 부산역 주차장
13일 오후 부산역 선상주차장 입구 전광판 만차 표시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2층 주차 공간 곳곳이 비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만차, 대기 1시간 이상'
13일 오전 8시. 부산 동구 충장로(부둣길)에서 부산역 2층 선상주차장으로 오르는 램프 전광판에는 주차장 만차를 알리는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려는 차량 40여 대가 200m 가량 꼬리를 물고 있었지만, 2분에 1대 꼴로 새 차량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부산역 2층 선상주차장
'만차' 안내에 1시간 대기
들어서니 빈 공간 '수두룩'
기차 시간 쫓기는 시민들
추가 요금 내고 발레파킹도
업체 측 "발레파킹 대기 중
차량 주차차량으로 집계 탓"
기다림에 지친 차량 운전자들은 연신 창문을 내려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며 푸념을 쏟아냈다. 열차 출발시간에 쫓긴 일부 운전자들은 결국 1만 원을 내고 발레파킹(주차 대행)을 맡겼다.
본보 취재진이 1시간 10분여를 기다린 끝에 주차장에 들어서 보니 만차라는 안내와는 다르게 곳곳에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다. 총 500면 규모의 주차장 중 1층에 2곳, 2층에는 11곳이 비어 있었다.
싼타페 운전자 김 모(30) 씨는 "만차라고 해서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6곳이나 여유 공간이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 씨는 "빈 자리가 있는데 왜 못 들어가게 막았냐"며 주차요원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차장 운영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주차장에 빈 자리가 있어도 시스템상 최대 수용 가능 차량 580대를 모두 채워 만차가 맞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역 주차장의 주먹구구식 차량 집계 시스템으로 인해 주차장이 비워져도 전광판에 만차로 표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부산역 주차장은 차량이 카운팅 센서가 장착된 차단봉을 통과하는 순간 주차 차량으로 집계한다. 문제는 발레파킹을 맡긴 차량의 경우 주차 요원들이 해당 차량을 주차장 통로에 임시 주차해 놓은 뒤 주차에 다소 여유가 생기는 오후 3~4시에 정식 주차한다는 점이다. 발레파킹 차량이 많을수록 '만차'임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똑같은 발레파킹 차량이라도 운전자가 차단봉을 통과하기 전에 맡길 경우 해당 차량은 주차 차량으로 산정되지 않는다.
지난 5월 부산역 광장 공사로 인해 역사 앞 공영주차장이 폐쇄되면서 주차난은 더욱 심해졌다. 한 운전자는 "오전처럼 차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비어있는 자리를 파악해서 주차하도록 하면 될 텐데, 융통성도 없고 답답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발레파킹 이용자들에게는 추가 비용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추가 대기 시간을 강요하는 현재의 주차 시스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운전자 정 모(35·여) 씨는 "주차장 측이 돈벌이를 위해 만차라고 속여서 발레파킹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네트웍스 관계자는 "무인시스템으로 바뀌면서 1층, 2층 통틀어 주차장 내부를 관리하는 직원이 한 명 뿐이어서 빈 곳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상주차장 입구 부근에 300면 규모의 주차장 부지를 추가 확보해 관계 기관과 타당성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