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 힘 싣는 부산] 아파도 소중한 역사, 곱씹으며 관광자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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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관광업계는 최근 지역의 역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모습. 부산관광공사 제공

자랑스러운 역사도, 아픈 역사도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다. 부산에서도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겨진 역사의 현장을 관광 자원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최근 피란수도 부산 유산 8곳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조건부로 확정된 것도 부산시와 관광업계의 관련 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피란수도 부산 관련 유산 8곳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확정

피란열차 콘셉트 투어 추진 등
아픈 역사 체험 상품 개발 활발

임시수도기념관
■피란 열차 타고 1023일의 기억 여행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쟁'이다. 한국전쟁기 1023일 동안 피란수도였던 부산은 임시수도 대통령관저(경무대·부산시 기념물 제53호), 임시수도 정부청사(임시중앙청·등록문화재 제359호) 같은 역사문화 자산을 곳곳에 품고 있다. 부산시는 2015년 한국전쟁 65주년을 맞아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부산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세계유산 등재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관광업계는 부산의 근대 건축·문화유산이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청 잠정목록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관련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진관광과 ㈜부산여행특공대는 청년 대상 패스형 철도여행 상품인 '내일로'와 연계한 '피란 열차' 상품 등을 준비 중이다. 오는 5월부터 새로워진 '만디버스' 운행을 준비 중인 부산여행특공대 측은 "피란수도 스토리투어를 재작년부터 해 왔는데, 만디버스와 연계한 콘텐츠도 고민하고 있다"며 "부산이 피란수도 역할을 한 1023일의 기억을 관광상품화 하기 위해 '피란수도 1023' '피란수도 메모리즈' 등에 대한 상표권 출원 등록도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비석문화마을.
■비극의 체험, 다크 투어리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나 재난 현장을 찾아가 반성과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구 이기대 일본군 포진지를 비롯한 일제 수탈 현장의 관광 자원화가 추진되고 있다. 김명수 부산시 관광산업과 관광벨트조성팀장은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을 넘길 정도인데, 주변에 연계할 관광자원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일본군 포진지 관광을 검토하게 됐다"며 "38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포진지는 일본이 러일전쟁 후 이기대 해안에 조선인을 동원해 16년간 만든 것으로, 현재는 길이 45m 폭 14m 높이 3m 규모의 인공동굴만 남았다. 부산시는 동굴 입구에 출입구를 만들고 내부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도입할 예정이다. 관할 남구청도 일본군 포진지 인근 '용호광산' 갱도의 활용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부산시는 일본과의 무역 중심지로 활발한 역할을 했던 초량왜관 일대를 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용역(예산 5000만 원)을 시행하고, 가덕도 역사체험 투어길 조성(예산 1억 원) 등에도 나서고 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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