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식물] 자연~스럽게 실내공기 바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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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식물로 가득 찬 부산시농업기술센터 산하 도시농업지원센터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노랗다. 온 세상을 미세먼지가 다 덮은 듯하다. 외출할 엄두가 안 난다. 우리나라 공기 질이 세계 최악 수준인 170위권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환경평가지수(EPI) 2018년 판'이 그렇게 지적했다.

온종일 실내에만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하다. 눈은 피곤하고 마음은 지친다. 실내 공기도 실외처럼 나쁜 탓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실내가 100배는 더 나쁘다. 오죽하면 미국 환경부가 '건강을 해치는 5대 요인'에 실내 공기를 넣었을까.

틸란드시아·아이비·스킨답서스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미세먼지 제거 효과


부산시농업기술센터(소장 엄영달) 도시농업지원센터(부산 북구 구포동)가 실내 공기를 맑게 하는 '그린 힐링 홈 체험교육'을 한다길래 한걸음에 달려갔다. 센터 문을 여는 순간 마치 작은 숲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잠시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는 동안 눈은 맑아졌고 코는 상쾌해졌다. 피부는 개운했고 기분은 밝아졌다. 이곳은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그린 힐링 오피스'다. 사무공간의 2% 이상에서 식물을 키워 건강과 심리적인 안정효과를 누리는 사무실이다. 도시농업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주택, 아파트, 회사 사무실을 '그린 힐링 홈' '그린 힐링 오피스'로 탈바꿈시키는 요령을 소개한다.

공기정화식물을 거실에 배치한 한 가정.
공기정화식물이란

공기정화식물은 미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처음 연구됐다. NASA는 우주선 안에 많은 공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연구하다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를 발견했다.

공기정화식물은 각종 오염물질로 가득 찬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을 지닌 식물이다. 농촌진흥청은 각종 연구를 통해 공기 정화 능력 상위 10%에 속하는 식물들을 골라 공기정화식물로 선정했다. 식물에 따라 공기 정화 능력은 60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인도고무나무
공기정화식물은 건축재·접착제 등 포름알데히드, 세탁용제·페인트·카펫 접착제·벤젠·톨루엔 등 400여 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부산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지원팀 조지영 주무관은 "식물은 잎, 뿌리 등을 통해 공기 정화 능력을 발휘한다. 밤에도 공기 정화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공기정화식물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효능을 갖추고 있다. 실내에 식물이 많으면 뇌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많아져 피로를 해소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허브 식물의 향 등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농도와 심장 박동수를 낮춰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발휘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식물에 따라 냄새를 제거하고 음이온을 발생시키며, 전자파를 차단하고 소음을 막아주기도 한다.
남천
공기정화 효과 좋은 식물은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에 알맞은 '5대 공기정화식물'을 선정했다. 틸란드시아, 아이비, 보스턴고사리, 스킨답서스, 넉줄고사리다.

틸란드시아는 수염에 기공이 많아 미세먼지를 많이 흡수한다. 새집증후군 원인 물질인 자일렌 제거 효과도 높다. 조지영 주무관은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 대신 한 번씩 푹 잠길 정도로 물을 줬다가 완전히 빼야 한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떡갈잎고무나무
넉줄고사리는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최고다. 큰 화분의 지피식물로 사용하는 게 좋다. 잘 안 죽는 게 특징이다. 스킨답서스는 일산화탄소 제거 효과가 좋고 어두운 공간에서도 잘 자란다.

NASA도 '10대 공기정화식물'을 선정한 바 있다. 아레카야자, 관음죽, 대나무야자, 인도고무나무, 드라세나 자넷 크레이그, 아이비, 피닉스야자, 피쿠스아리, 보스턴고사리, 스파트필름이다.

아레카야자는 '자연 가습기'라고 불러도 될 만큼 습도 조절 능력이 빼어나다. 관음죽은 암모니아,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가 좋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수경재배로 키우기도 편하다. 인도고무나무는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 잎 면적이 넓어 먼지를 잘 흡수, 흡착한다. 잎을 자주 닦아 줘야 미세먼지 흡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아이비도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잎과 줄기에 독이 있어 어린이들이 씹어 먹으면 일시 마비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알로카시아.
공간 따라 식물도 다르게

실내 공간별로 키워야 할 식물의 종류는 다르다. 공간별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베란다에는 햇빛이 많다. 거실, 부엌, 화장실 순으로 적어진다. 햇빛을 가장 좋아하는 '광요구도'가 높은 순서는 꽃식물→허브식물→자생식물→관엽식물이다. 꽃식물을 햇빛이 적은 실내에 놓으면 꽃을 잘 피우지 않는다. 관엽식물은 햇빛이 비교적 적은 실내에서 키우기 가장 좋은 식물이다.

거실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제거 능력이 우수한 식물을 키워야 한다. 아레카야자, 남천, 관음죽, 백냥금 등이다. 베란다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제거 능력이 뛰어나면서 햇빛을 좋아하는 팔손이나무, 분화국화, 시클라멘, 꽃베고니아, 허브류를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주방에는 일산화탄소 제거에 도움이 되는 스킨답서스, 산호수와 아펠란드라 등 다육식물이 좋다. 
라벤더
공부방에는 허브류가 최고다. 음이온을 많이 방출해 기분을 좋게 하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미허브, 로즈메리, 개운죽, 피토니아, 벵갈고무나무, 칼라테아, 팔손이나무 등이 좋다. 조지영 주무관은 "허브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자리 바로 앞에 배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침실에는 밤에 광합성 활동을 하는 선인장, 호접란 등을 갖다 놓는 게 좋다. 야간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화장실에는 암모니아를 효율적으로 없애는 관음죽, 스파트필름, 안스리움, 맥문동, 테이블야자 등을 놓아야 한다.
스킨답서스
공기정화식물 키우는 요령

실내공기정화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평당 한 개 정도 식물을 키워야 한다. 30평 아파트의 거실(6평)에는 작은 식물 10~11개, 중간 크기 식물 7개, 큰 식물 3~4개를 놓는 게 좋다.

화분 지표면을 모래, 자갈로 채우기보다는 부처손(셀라지넬라) 같은 지피식물을 심으면 공기정화 효과를 40% 더 높일 수 있다. 수경 재배보다는 토양 재배의 공기정화 효과가 15% 더 높다. 베란다에서 키운 채소는 먹어도 된다. 채소는 자라면서 오염물질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실내 식물을 키울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물 관리다. 물은 뿌리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로 흠뻑 주는 게 좋다. 화분 뿌리에서 산소를 교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은 오전에 주는 게 바람직하다. 식물의 광합성 활동은 햇빛이 나오는 오전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의 온도는 실내 온도와 비슷하게 유지하고, 수돗물은 받아서 2~3일 정도 뒀다가 주는 게 좋다. 조지영 주무관은 "식물에 물을 줄 때는 손가락으로 화분 흙 1㎝ 정도를 파 봐야 한다. 화분 표면이 말라 있더라도 손가락에 물기가 느껴질 경우 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벤자민고무나무
겨울에는 식물이 생장하지 않고 쉬기 때문에 비료를 줄 필요가 없다. 대신 날씨가 따뜻해지면 식물 생육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비료를 줘야 한다. 식물은 온도가 높을수록, 빛이 밝을수록, 통기성이 좋을수록 비료를 잘 흡수한다. 수용성 액비는 물을 줄 때 월 2회 500~1000분의 1로 희석해서 준다. 가정용으로 편리한 알비료도 있다. 화분에 뿌려놓으면 적정 온도가 됐을 때 저절로 물에 녹는다.

조지영 주무관은 "식물은 햇빛, 온도에 민감하다. 곧바로 실내에 두면 쉽게 죽을 수도 있다. 식물을 사 오면 실내에 바로 두기보다는 실내, 실외에서 서서히 적응시키는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부산시농업기술센터 그린 힐링 홈 체험교육/매달 세 번째 수요일 오후 2~5시. 신청 방법/부산시농업기술센터 인터넷 홈페이지(nongup.busan.go.kr) 종합 예약 접수. 신청 기간/매달 첫째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문의/051-970-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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