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피시스터즈' 이시강 "민형주, 재벌계 돌연변이…닮은 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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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능력 있는 연하의 본부장이 나이 많은 이혼녀를 사랑한다. 오직 자기여자에게만 따뜻한 로맨티스트이며 겸손하기까지 하다. SBS 아침드라마 '해피시스터즈'의 민형주는 현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완벽남'이다.  

배우 이시강(31)은 훈훈한 외모와 부드러운 미소, 다정다감한 성격에 애교까지 있는 민형주 역으로 열연 중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최근 '아줌마들의 대통령'으로 급부상했다.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축구선수, 아이돌 그룹 '키노' 멤버로 활약했고 지금은 24시간 연기 생각만 하는 '연기바보' 이시강. 얼마 전 그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봤다.

■ "민형주, 재벌이지만 과시하는 성격 아냐"

지난해 12월부터 방송된 '해피시스터즈'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이 아름답고 치열한 사랑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이시강이 맡은 민형주는 평소 장난기가 많지만 알고 보면 깊은 속내를 지닌 인물이다. 유머 감각도 있고 정도 많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시강 역시 소년같이 해맑게 웃으며 농담을 던지다가도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시강은 민형주와 자신이 마치 운명처럼 엮인 사이 같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형주와 싱크로율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읽자마자 느낌이 왔거든요. 기본적 성향에서 저와 비슷한 면이 굉장히 많아요. 섬세하고 배려심 있고, 연애 스타일도 형주 같은 편이에요. 오디션을 볼 때도 자신 있었어요. 제 평소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그는 "형주는 재벌이지만 절대 과시하거나 거들먹거리는 게 없다. 재벌계의 돌연변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은 후 "어릴 때부터 자신의 배경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민형주 자체로 봐주는 시선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이혼녀와 재벌2세의 사랑, "타당성 주는 게 중요"

극중 민형주는 연상의 이혼녀 윤예은(심이영)과 사랑에 빠진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예은을 언제나 감싸주는 형주는 그 자체로 '판타지'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시강은 그 속에서 최대한 타당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죠. (웃음) 형주와 예은의 사랑에는 장애물도 많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형주가 예은을 좋아하는 데 타당성이 있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에는 우연도 있었지만, 예은을 향한 형주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싹트는 그림을 표현하는데 집중하니까 점점 이해가 되더라고요.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는 말처럼요.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시작하는 사이예요. 그런 감정을 절제하면서 과하지 않게 연기하는 부분도 중요했어요."

"이영 누나가 계산을 한 건지 모르겠는데 초반에는 저한테 시선을 많이 안줬어요. 3~40회까지는 좀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쉽지 않은 선배였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제가 후배니까 먼저 다
가가려고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 "'앙숙' 조화영과 실제 사이 문제 없어"

예은의 남편 이진섭(강서준)을 유혹한 조화영(반소영)은 희대의 악녀로 비춰진다. 민형주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를 준 조화영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는 장면은 묘한 박진감을 자아낸다.

"형주가 화영이한테 한마디 씩 툭툭 던지는 신들이 '사이다' 같다는 평을 자주 들어요. 살짝 웃으면서 '우리 왜 이렇게 자주 봐요. 재수 없게'라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연기하면서 형주한테 감정이입이 돼요. 어떻게 하면 화영이 더 열 받을까 같은 생각을 해요. 실제 사이는 아무 문제 없어요.(웃음)"

이시강은 "소영이와 나이가 비슷한데 아직 말은 놓지 않았다. 친하지만 드라마 속 연기의 감정을 유지하려고 적당히 거리를 둔다"며 "촬영장에서는 항상 '화영 씨'라고 부른다. 드라마가 끝나면 지금보다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사랑은 '직진남' 스타일, 민형주와 닮았다"

사랑을 시작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는 스타일의 민형주처럼 이시강의 연애도 이와 비슷하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된 순정남이다.

"사랑하면 나의 모든 것을 다 주는 스타일이에요. 저를 만난 여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탕 바구니 배달해주는 이벤트도 하고, 여자친구가 무심코 이야기 했던걸 기억했다가 선물해주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더 행복해질까 고민해요."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제가 연예인이라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행동할 것 같아요. 바로 바로 표현하는 편이거든요. 사랑의 감정이라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요. 친구들도 그런 면에 있어서 민형주와 닮았다고 이야기해요."

■ "시청률 올라갈 요소 더 많아, 목표는 20%"

총 120부 중 96회까지 달려온 '해피시스터즈'의 평균 시청률은 10%대를 조금 넘는다. 이시강은 앞으로 시청률이 더 상승할 요소가 많다며 본방사수를 당부했다.

"평창올림픽 중계 여파로 시청률이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꾸준히 오르고 있고 현장 분위기도 아주 좋아요. 충분히 더 올라갈 수 있는 요소들이 즐비해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사이다' 전개를 곧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반전도 있고 흥미진진한 포인트도 곳곳에서 나오니까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20% 시청률이 최종 목표"라며 "그동안 팬들이 팬미팅을 해달라고 계속 요청해주셨는데 촬영 때문에 시간이 나질 않아서 못했다. 20% 시청률 공약으로 제 사비를 들여서 팬미팅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 '해피시스터즈'로 180도 달라진 입지

'해피시스터즈'는 이시강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이전보다 부쩍 늘어난 사람들의 관심 덕분에 그는 매일 매일이 꿈만 같고 행복하다. 가족들에게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로 통한다.

"식당에 가면 정말 많은 분들이 알아보시고 말을 건네 주세요. '드라마 잘 보고 있다'며 서비스를 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선배들이 원래 아침드라마를 하면 어머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할거라고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어린 팬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극중 '불행 끝 행복시작'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여학생들이 그걸 따라한 후 제 어깨를 툭툭 치고 간 적이 있어요. SNS 상에서 반응이 유독 폭발적이에요. 제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이나 '좋아요' 수가 부쩍 많아졌더라고요.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도 10만명 정도 늘었는데 이제 '내가 좀 떴나?'라는 것을 실감해요.(웃음)"

그는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시는데 손님들도 '해피시스터즈'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하시더라"며 "어느날 아버지 택시에 탄 학생들이 오늘 '해피시스터즈'를 못 봤다며 아쉬워하시는 걸 보고 '거기에 내 아들 나온다'고 자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뿌듯했고 뭔가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고 떠올렸다.

■ 축구선수→가수→연기자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시강의 삶은 늘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했다. 축구선수 유망주였지만 미련 없이 꿈을 접고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도중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 '키노'로 데뷔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있다. 계속 변하는 환경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항상 도전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가득한 이시강. 그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생각한 것은 바로 실행하려고 해요. 막연하게 마음만 먹지 말고 세부적인 계획을 짠 후 그대로 밀고 나가는 편이죠. 일단 저질러보자는 성향도 없진 않아요. 도전하는 건 언제나 아름답다고 믿어요. '실패하면 어때? 처음부터 어떻게 잘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요.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평생 배우고 고민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봐요.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스스로 조바심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연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만 하려고 노력해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사람들한테 인정받으면 누가 됐든 저를 쓰려고 하지 않을까요."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 대본을 봐요. 오늘도 새벽 4시까지 대본 외우다 왔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어요. 쉬는 날에도 대학로 연극 공연을 보면서 늘 공부하고 연구해요.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말 연기 잘하는 좋은 배우로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책임감도 더 늘어났고요. 가끔 힘들지 않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대본만 보면 없던 힘도 나요. 한창 달리고 싶을 때인가 봐요."

사진=박찬하 기자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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