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폐쇄성 폐 질환] 콜록 콜록 잔기침 방치 땐 폐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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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민규(52) 씨는 감기가 아닌데도 기침을 자주 하고 가래도 잦다. 하지만 애연가인 김 씨는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가볍게 넘어갔다. 최근 심한 호흡 곤란을 느껴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이른바 폐병,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해 입자·가스로 폐에 염증
폐기종·만성 기관지염 등

중년 이상 흡연자 발병률 높아
금연·호흡재활 등으로 치료

■흡연, 화학물질, 미세먼지 등이 원인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으로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서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 곤란을 유발하게 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기종, 만성 기관지염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질환은 중년층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잘 생긴다.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 서서히 진행하며, 처음에는 가벼운 호흡 곤란과 기침이 간혹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하면 호흡 곤란이 심해진다. 기침하면 '천식'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천식과는 구분된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세계적으로 10명 중 1명이 병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지만(13.4% 추정), 진단받은 환자는 2.4%, 그중 치료받은 환자는 2.1%밖에 되지 않는다. 70세 이상 고령자 경우 네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이지만, 아직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그 외 직업성 분진, 화학물질, 미세먼지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흡연력'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서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흡연자 중 15~20% 정도 발병한다. 흡연력과 함께 기침, 가래가 있고 나이가 40세 이상인데 동년배보다 호흡 곤란 때문에 걷는 속도가 느린 경우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환자가 의심 증상이 있어도 그냥 지내다가 폐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는 점이다. 폐는 한 번 망가지면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꼭 폐 기능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공공의료사업인 '지역사회 기반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관리사업'을 이용해 검진에 참여할 수도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 사상구 보건소, 서구 보건소 등은 2016년부터 지역사회 경로당과 보건소 검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폐 기능 검사 등을 통해 고위험군 환자 확진을 위한 진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관지 확장제 우선 사용 권장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의 치료 목표는 증상 완화, 운동능력 향상, 삶의 질 향상, 급성 악화 감소, 질병 진행 예방과 사망률 감소다.

약물치료 중 기관지 확장제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치료의 중심이며,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흡입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약물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약물치료에는 흡입 스테로이드, 경구용 스테로이드, 테오필린, 항생제, 진해제 등이 있다.

흡연은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금연은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의 자연 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폐 기능 감소를 늦추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해 금연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호흡 재활 치료는 운동 능력 향상은 물론 호흡 곤란과 피로감 같은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들에게 권장된다. 중증 저산소혈증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장기간 산소 투여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호흡 재활 치료는 예방으로도 아주 좋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자들은 호흡 곤란으로 운동 능력이 감소하고 전신 쇠약이 나타나며, 이는 다시 호흡 곤란을 악화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호흡 재활 치료는 단순히 운동뿐만 아니라 만성 폐쇄성 폐 질환자들의 신체적, 정서적 상태를 향상하고 장기적으로 건강 증진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환자별 맞춤형 다학제적 통합치료프로그램이다.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호흡 재활 치료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의 비약물적 치료 중 금연과 함께 가장 중요한 치료로 강조되고 해외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2016년 12월부터는 의료보험 적용도 돼 혜택이 많아졌다"면서 "아직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은 만큼 많은 사람이 이 질환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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