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연령별 독서 교육] 초등 3학년 '독서 편식' 관심 분야 장편 읽기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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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엄마는 어떤 책 좋아해요?" 갑작스러운 아이의 물음에 말문이 막히면서 '솔선수범 책 읽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나' 싶어 부랴부랴 무협지라도 꺼내 들었다면 당신도 이제 '독서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학부모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 중인 부산시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의 '올빼미 교실'을 찾았다. 독서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정성현 소장에게 '연령에 따른 올바른 독서 교육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관해 물었다.

사회생활 시작하는 초등 1~2학년
현실 접목된 생활 동화로 흥미 '쑥'

사고 발달하는 초등 3~4학년
책 읽기의 즐거움 느낄 수 있게
좋아하는 분야 폭넓은 독서 권유

표지로 내용 상상·주인공 마음 읽기 등
유아기 그림책은 다각도로 접근해야

■초등 3학년부터 독서의 기초를 닦자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독서맹아기(출생~유치원)'와 글로 의사소통이 된다는 걸 자각하는 '독서입문기(초등학교 1~2학년)'을 지나면 아이들은 독서의 기초를 익히기 적당한 시기에 접어든다. 이 시기부터 글을 의미 중심으로 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년별로 독서 교육을 달리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1~2학년은 유아기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학교라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라며 "이때는 짧은 우화나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생활 동화에 흥미를 갖게 하고 독서에 흥미를 꾸준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3~4학년이 되면 사고가 발달해서 사실과 의견 등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책에 대한 나름의 취향도 생기고, 개인마다 독서 수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시기다. 정 소장은 "좀 더 높은 차원의 읽기 능력이 필요로 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칭찬이나 보상이 아니라 스스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나이 때는 한 종류의 책 읽기만 고집하는 이른바 '독서 편식'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는 독서 편식에 대해 정 소장은 "책은 비타민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영양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성인도 노래와 춤, 미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능숙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당장 독서 편식을 걱정해 골고루 읽으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아이의 열정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 당국도 과거 독서일기를 작성하게 하는 등 다독을 권장하는 분위기에서 '한 학기에 한 권 읽기' 식으로 독서 교육에 대한 노선을 변경하는 추세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안겨주며 강요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관심 분야의 장편을 권해주는 식으로 '읽는 폭'을 넓혀 주는 편이 아이에게도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정 소장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사회 문제를 다룬 도서를 읽고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책을 통해 풍부한 어휘와 배경지식을 익히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정성현 소장(작은 사진)은 "독서 편식을 걱정하는 마음 자체가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교육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동화 하나를 읽어도 다양한 각도에서

아이의 성장단계별 독서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게 책의 종류별 교육이다. 정서를 자극하는 문학과 정보를 전달하는 비문학은 당연히 읽는 자세부터 달라야 한다.

유아기에 읽는 그림책의 경우는 그림 없이 글만으로는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때문에 정 소장은 "표지 그림을 통해 전개될 내용을 상상해보게 하거나, 그림 속 주인공의 표정을 통해 그의 마음을 읽어보는 등의 연습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동화라고 해도 구전 동화와 창작 동화는 읽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구전 동화는 주인공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이 그의 결말에 어떤 연관을 지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주위에 있을 법한 일을 풀어낸 창작 동화는 글쓴이가 누구이며 어떤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썼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예로 든 정 소장은 "항상 이야기는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해서 양을 잃고 울었다'로 끝이 난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결국 가장 큰 금전적인 손해를 본 사람은 양치기가 아니라 동화에 등장하지 않는 목장의 주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동화라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곱씹는 맛이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사회, 과학 등 정보서적은 아예 독서에 대한 사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비문학 도서는 정보를 읽기 위한 책이니만큼 읽기 전부터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 소장은 "읽는 자체로 감독을 주는 책이 아니라 읽기 전에 저자의 정보나 또다른 작품을 살펴보고 머리말도 함께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뜸했다.

권상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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