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된 신혼 단꿈’ 국제결혼 피해 남성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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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신혼의 단꿈을 꿀 거라 생각했던 노총각 김 모(43·기장군 정관읍) 씨는 씁쓸한 연말을 맞았다. 3월 베트남에서 베트남 국적의 신부 A(23) 씨와 결혼식을 올린 김 씨는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5개월 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아내와 행복한 신혼 생활을 꾸려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보름 후, ‘한국어 공부를 하고 오겠다’며 집을 떠난 아내는 그길로 자취를 감췄다.

놀란 김 씨는 실종신고를 했지만, 결론은 실종이 아닌 가출. 집에 돌아와 보니 결혼식 때 아내에게 준 패물들도 모두 없어졌고, 아내의 짐가방도 비어 있었다. 돌이켜보니 이상한 것 투성이였다. 결혼 후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아내는 줄곧 ‘외국인등록증’을 만들어 달라며 졸랐고, 외국인 등록증이 나오자 며칠 뒤 집을 떠났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 노총각
입국 보름 만에 신부 사라져

돈 벌기 위한 위장결혼 등
3년간 피해상담 1072건 달해
女 위주 피해 대책 보완해야

김 씨는 결혼하는 데 들어간 돈 2000만 원을 잃은 것보다, 배신을 당한 상처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국제결혼을 중개한 업체를 찾아가 봤지만, ‘책임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슬픔에 잠겨 있던 김 씨는 인터넷 카페 ‘국제결혼 피해센터’를 찾아 하소연했다. 김 씨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곳에는 김 씨와 비슷한 피해를 본 다른 피해자들이 여럿이었다. 김 씨 사례처럼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가출을 하거나, 유부녀인 여성을 소개해 줘 파혼을 하게 된 경우 등 다양했다.

국제결혼 피해를 본 남성들은 “결혼이 아닌 돈을 벌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해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수가 줄어들고, 결혼이민과 관련한 심사기준이 강화되면서 국제결혼과 관련한 피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이를 교묘히 악용한 피해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피해상담 건수는 총 1072건으로, 이중 입국 후 가출을 하거나,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배우자가 입국을 늦추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466건(43%)에 달한다.

국제결혼 피해 사례를 줄이기 위해 법무부에서 ‘국제결혼 안내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거나, 피해를 당할 경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는 것이 피해 남성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결혼의 증가로 다문화 가정과 이주 여성에 대한 지원은 늘어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여성에 초점 맞춰져 있어 국제결혼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남성 피해자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부실한 실정이라 지적했다.

곽향기 변호사는 “최근 혼인 목적이 아닌 상태로 결혼이민 비자를 받은 뒤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것과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 같은 경우 피해 남성이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혼인무효가 아닌 이혼처리가 되면서 두 번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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