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픽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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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정평, 기업 얼굴 ‘웹’ 도맡아 성형

부산의 디자인 전문업체 ㈜픽스의 주요 임원들. 왼쪽부터 손정은 실장, 김대희 대표, 김성주 본부장. ㈜픽스 제공 부산의 디자인 전문업체 ㈜픽스의 주요 임원들. 왼쪽부터 손정은 실장, 김대희 대표, 김성주 본부장. ㈜픽스 제공

맛있는 음식도 못난 그릇에 담기면 입에 대기가 꺼려지는 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실속으로 가득 찬 회사라 할지라도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이 투박하고 거칠다면 외면 받기 십상이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기업의 얼굴은 '웹사이트'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얼굴과 다름없는 웹사이트를 사용자 친화적 관점에서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꾸며주는 디자인 전문업체가 바로 ㈜픽스다.


사용자 친화적 프로세스로

부산銀·경동건설·부산대 등

지역 업체 웹사이트 디자인


지역인재 모여 창의적 작업

매년 '웹어워드' 휩쓸 정도

증강현실 모바일게임도 추진


■웹사이트 디자인업계의 강호


2001년 설립돼 18년째 브랜드 컨설팅, 디자인,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픽스는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문업체라고 할 수 있다. 부산·경남의 중견기업들 가운데 픽스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회사를 찾는 편이 빠를 정도다. 부산은행, 부산우유, 경동건설, 경남에너지, 삼주 다이아몬드베이 등 사기업은 물론 부산대학교, 해운대구청, 부산국립국악원, 부산상수도사업본부 등 공공기관들까지 웹사이트 디자인 개편을 픽스에게 맡겼다. 기업 이미지(CI) 개발, 리플렛과 카탈로그 제작 작업도 꾸준히 병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웹어워드코리아 대상과 최우수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처럼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디자인 업체로 자리를 잡았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픽스의 김대희(42) 대표는 전역 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1인 창업의 형식으로 픽스의 문을 열었다. 웹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던 2000년대 초반, 웹사이트에 디자인을 접목해 보자는 도전 정신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젊은 사장에 대한 주변의 시선도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럴수록 '품질'에 천착했다. 사용자 친화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함에 있어서 오류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는 게 중요했고, 여기에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결과 다른 업체에 비해 버그 관련 컴플레인이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인 김성주(42) 본부장의 합류는 큰 힘이 됐다. 대형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김 본부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김 대표의 삼고초려에 넘어갔다. 김 본부장은 "단순히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고민하고 있다"며 "그것이 픽스라는 회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상상 못할 일을 해낼 것"


픽스에는 디자인 관련 업무 외에도 각종 콘텐츠를 개발하는 콘텐츠개발본부가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는 "픽스는 단순한 디자인업체가 아니라 지역의 인재들이 모여 제각기 결과물을 창출하는 창의적 공간에 가깝다"며 "신입 사원의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회사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바로 증강현실을 활용한 모바일 퍼즐게임 개발이다. 부산경제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국내만 1조 원에 육박하는 키덜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퍼즐, 프라모델, 피규어 등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같은 취미는 정해진 장소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적 제약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를 모바일로 옮기게 된다면 언제든 내가 원할 때 현실과 유사한 퍼즐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픽스는 퍼즐게임 프로젝트는 물론 캐릭터 등 추가적인 콘텐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픽스라는 업체명은 '세상에 픽스(fix·고정시키다)돼 있는 것은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지었다. 고객이 원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곳에서부터 크리에이티브 연구소 픽스의 디자인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목표 역시 픽스를 특정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연구소의 개념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김 대표는 "지역의 디자이너들이 픽스라는 곳에서 뭉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쉽게 하지 못한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분명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김 대표는 "처음 디자인업계에 발을 담갔을 때 서울과 부산의 격차는 대략 10년 정도 난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지금은 15년 이상 간격이 벌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본부장은 "SNS를 비롯해 정보에 쉽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또 "웹사이트 디자인 개편이나 회사 로고 개발 등을 통해 지역 기업이 성장하면 이를 기반으로 수도권으로 진출해 버린다"며 "우리는 고객을 잃어버리고 지역사회는 원동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역의 역할은 중요하다. 김 대표는 "우리처럼 크리에이티브한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각종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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