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이준영 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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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루시 스미스의 〈20세기 시각 예술(Visual Arts in the Twentieth Century)〉은 현대미술 100년을 다룬 명저로 꼽힌다. 이 책은 건축, 회화, 조각, 사진 순으로 전개된다. 예술 장르에서 우열을 따질 것은 아니지만 건축이 가장 앞에 나온 점은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건축예술 전문 '갤러리 A'

이원영 등 건축가들 주축


전문가-비전문가 조화 지향

10일까지 개관전 '예술 본능'


하지만 건축의 의미를 알다보면 그런 배치에 서서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축은 집을 단순한 피난처에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마법으로 통한다. 신전(神殿)은 장려함을, 사원(寺院)은 우아함을, 고딕 성당은 야심을 나타내듯이 건축은 능동적으로 변신을 모색해온 예술이다. 건축가들이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 관심을 가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대목이다.

건축사들이 중심이 된 '갤러리 A'가 지난달 13일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오는 10일까지 '예술 본능'이란 이름으로 개관 전시회를 열고 있다. 60년 역사의 빵집 백구당(부산 중구 중앙동) 건물 2층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한지(韓紙) 예술가 이건희와 도예가 박정우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또 메종건축사사무소 이원영 대표의 'RE;SUM(새로운 시작을 위한 숨고르기)', 감천문화마을 구혜경 작가의 '꽃고무신', 구미령 도서관 사서의 설치 미술인 '책(冊)', 송지현 셰프의 'Branch of Diversity' 등을 볼 수 있다.

구미령 사서의 '책'. 구미령 사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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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미술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개념을 가진 전시이다. 따라 하는 문화보다 만들어가는 문화에 더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Art' '내가 하는 Architecture' '무엇이든 될 수 있는 Anything'의 이니셜에서 따온 갤러리 명칭과 일맥상통한다.

갤러리 A의 운영체제는 대표와 운영위원장로 이원화되어 있다. 대표는 이원영 건축사가, 도시건축과 미술 부문은 김승남 ㈜에이 컴퍼니(A company) 대표와 이건희 작가가 각각 맡는다. 34평(112㎡) 넓이의 갤러리는 애초 '스페이스 M'이란 복합문화공간이었다. 5년 전 사무실을 옮기면서 중앙동을 선택한 이 대표가 시행한 도시 재생 작업의 일환이다.

어릴 적 추억이 담겨 있고, 백구당이란 오래된 빵집에 매력을 느껴 3층에 사무실을 열면서 2층 공간을 덤으로 얻은 게 출발점이다. 회의실로 사용하려고 천장을 뜯으면서 발견한 1950년대 건물의 건축미가 그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이 공간은 3년 전부터 도시 건축, 회화, 재즈, 사진, 음악 등을 공유하는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다.

이 대표는 "도시건축예술 전문 갤러리를 지향하고 있다"면서도 "문화예술와 일상문화의 조화, 원도심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운영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도심 미술인들의 작업 공간인 또따또가는 물론 신진작가, 아마추어 작가들과 공간을 함께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예술본능'=10일까지 갤러리 A. 051-626-0605.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이준영 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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