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84. 주어에 맞는 술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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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산은 높낮이가 아니라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

뭘 말하려는지는 알겠지만, 바른 문장은 아니다. 알기 어렵거나 부연설명을 해야 한다면 실패한 문장일 터. 주술 관계가 어긋난 문장도 마찬가지다. 손을 보자면 이렇다.

‘높아야 명산이 아니라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높아야 하는 게 아니라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명산은 높이가 아니라 신선이 사느냐에 달렸다.’

꼼꼼히 퇴고를 하지 않는다면, 머리를 쥐어짜며 힘들게 써 내려간 글이라도 쉽게 비문이 된다. 아래는 어느 신문에 실린 칼럼 제목인데, 역시 비문이다.

〈존경도, 매력도 없는 자칭 보수세력〉

‘매력-없다’는 괜찮지만, ‘존경’을 꾸미는 서술어도 ‘없다’여서 연결이 어색해진 것. ‘존경받지(도) 못하고, 매력도 없는 자칭 보수세력’이라야 제대로 된 제목일 터. 아래 문장에서도 비슷한 잘못이 보인다.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에 세워진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은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과 기록, 고발, 추모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미 작고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유품과, 최초 증언자 김학순 할머니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유품’이 ‘들을 수 있다’와 연결되어 어색한 것. ‘유품을 볼 수 있고,…육성을 들을 수 있다’라야 했을 터.


‘무조건 출동했다가는 ‘무리하다’는 질책을, 출동을 미뤘다가는 ‘단속 의지가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경찰의 고충을 다룬 이 문장 역시 ‘질책을’에서 토씨 ‘을’을 빼야 했다.

‘30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서정마을에서 면사무소 직원들이 마늘을 수확하는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이날 15명의 직원은 혼자 사는 70대 한 농부가 지병으로 몸이 불편해 2000㎡의 마늘밭을 수확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자 일손돕기로 걱정을 덜었다.’

어느 신문 사진설명인데, 걱정을 던 사람은 70대 농부이므로 ‘15명의 직원은…걱정을 덜었다’가 어울리지 않는다. ‘…걱정을 덜어 줬다’라야 했던 것. 주어-술어가 어울리지 않으면 이처럼 윗도리와 아랫도리가 따로 노는 글이 되고 만다. 자, 그러면, 아래 문장은 뭐가 잘못됐을까.

‘이처럼 밴댕이의 맛과 쓰임새는 오래전부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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