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는 성병] 네가 숨기면 나도 위험해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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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 환자가 4년 사이에 3배가량 급증했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특히 2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58명에서 2017년 787명으로 환자가 대폭 늘었다.

매독은 1회 접촉 때 50~60%가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성관계 때문에 감염되는 성병으로 성기에 궤양이 생긴다. 단단하고 둥글고 작은 종기 같은 모양이다. 이 궤양을 통해 매독균이 전염되는데 발열, 두통, 장기손상 등으로 이어진다.

성기 통증·분비물·반점 등 증상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 가능

진단 땐 파트너도 동반 치료해야

전염성 강한 매독, 4년 새 3배 늘어

매독 이외에 다른 성병도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감염병 감시 연보’에 따르면 매독과 임질, 클라미디아, 성기단순포진, 곤지름(첨규콘딜로마) 등 성병 환자 발생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 9213명에서 2017년 2만 5139명으로 늘었다. 연령별로는 성기단순포진을 제외하고 모두 2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질병별로 임질은 2012년 1612명에서 2017년 2462명으로, 클라미디아는 같은 기간 3488명에서 9882명, 성기단순포진은 2618명에서 많이 증가해 7752명으로 늘었다.

콘딜로마는 성기 주위에 사마귀 같은 게 생겼다고 해서 ‘성기 사마귀’로도 불린다.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성기나 항문 주위 등 민망한 곳에 생기다 보니 치료를 미루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곤지름은 ‘후진국 병’으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성병이지만 국내에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반 진료를 보지 않는 대학병원에서도 일주일에 한두 명의 젊은 환자를 볼 정도로 빈발하는 질환이다.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김수동 교수는 “예전보다 성에 대한 인식이 자유로워졌고, 콘돔 없는 성행위, 데이팅 앱을 통한 가벼운 성관계의 증가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감염이 의심되면 곧바로 검진을 받고 파트너에게도 감염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란해진 성문화와 함께 성매매처벌법이 발효된 후 성매매업소 종사자 등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이들 위험요인에 대해 방치하면서 성병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변 PCR검사로 이틀 내 진단 가능

성병의 일차적 원인은 성병을 일으키는 원인균, 즉 세균이다. 성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가장 생존하기 적합한 환경은 생식기 내부나 외부와 같은 습한 곳이다. 만약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 대부분 원인균은 즉시 사멸한다.

성병균들은 신체의 습한 곳에 기생하면서 직접적인 성적 접촉이나 손가락으로 감염부위의 접촉이 이루어지면서 전염될 수 있다. 매독 등 일부 성병의 경우 감염된 산모에 의해서 태아에게 전파될 수도 있다.

성병의 증상은 여러가지다. 각 증상마다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증상도 있다. △배뇨 시 통증이나 배뇨 이상 및 불편감 △성기와 성기 주위의 긴장감과 통증 △음경이나 음부의 이상한 분비물 △성기와 성기 주위의 반점, 크고 작은 궤양 등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성병 검사는 의외로 간단하다. 소변을 받아 PCR검사(효소연쇄반응법)를 실시하면 된다.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PCR 6종 내지는 PCR 12종 검사로 충분하다.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은 후 1~2일이 지나면 검사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PCR검사는 채취한 검체 속의 유전정보를 몇천, 몇만 배로 증폭해 정교한 분석이 이루어진다. 이 검사를 통해 성병 감염균의 종류까지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데 정확도와 신속성이 비교적 높다.

결과가 100% 정확할 수는 없다. 검사과정에서 간혹 감염균의 죽은 사체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치료가 됐지만 양성으로 나올 수도 있다. 세균이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나올 수도 있고, 세균이 없는데도 있는 것으로 검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함께 파악하면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한다.

여성 질염을 유발하는 가드넬라균은 평상시에도 여성 질내에 살고 있는 세균이다. 그러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면역이 떨어지면 개체수가 확 늘어난다. 가드넬라균의 위험요소는 질 세정, 여러명의 성 파트너, 항생제 과사용, 자궁내 피임기구 사용 등이다. 이전에 가드넬라균은 남성의 경우 치료가 불필요한 균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에게도 요로감염, 파트너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동아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성병을 확인하기 위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성병을 확인하기 위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감염 위험 이성 피하는 게 최선 예방책

성병은 걸리기는 쉬워도 고치기는 어려운 병이다. 죄의식과 부끄러움 때문에 감추려다 보니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의와 상담하지 않고 혼자서 치료하다가 병을 키우기도 한다. 항생제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보니 자가처방을 하다가 그런 경우가 많이 생긴다. 항생제를 남용하다 보면 더욱 강한 항생제를 쓰게 되면서 증세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김수동 교수는 “성병은 무서운 병이라고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의사의 완치 판정이 있을 때까지 치료하면 완전하게 고칠 수 있는 병이다. 성병 그 자체보다도 성병을 방치해 두는 태도가 더욱 무서운 병이다”고 지적했다.

성병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사를 통해 감염되지 않은 사람과만 성관계를 갖는 것이다. 남성은 콘돔, 여성은 페미돔과 살정제를 사용해야 한다. 또 성교 후 즉시 성기 부위를 씻는 것이 좋다. 헤르페스 감염의 경우 증상의 발현 시기에는 성 접촉을 금한다.

성병이 진단되면 파트너도 함께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병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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