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세먼지 핑계 삼아 탈원전 기조 흔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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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을 초미세먼지 주범으로 낙인찍어 정쟁으로 몰고 가는 건 유감스럽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노후화된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데 화력발전소 7기를 새로 짓는 등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은 반환경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탈원전 정책 폐기 공론화와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면서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탈원전 속도조절론이 불거진 판이다.

하지만 몇몇 언론에서 사실 확인을 했다시피 초미세먼지와 탈원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석탄이 에너지원 중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초미세먼지는 외부 유입 영향과 계절에 따른 기상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원자력 발전량이 늘고 석탄 발전량이 줄었는데도 전국의 초미세먼지는 되레 늘었다는 수치도 나와 있다.

지금 당장 탈원전 정책 탓에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까지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으로 현시점에선 탈원전 정책이 제대로 시행됐다고 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석탄 발전을 확대하는 것도 아니다. 2017년 31.6%인 석탄 발전의 비중을 2031년에 20% 초반까지 낮춘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확한 사실이나 근거를 토대로 하지 않는 맹목적인 주장은 원전 관련 논의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간 원전을 옹호하는 이들은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잡아서 탈원전 정책을 재앙으로 몰고 가려고 골몰했다. 이들은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재가동에 들어갔다는 가짜 뉴스를 근거로 탈원전 정책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제대로 숨 쉬고 싶다는 시민의 미세먼지 공포를 악용해 시대적 흐름인 탈원전 기조를 흔드는 정쟁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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