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수술 치료] ‘심부뇌자극술’ 미세전류로 뇌 신경회로 복원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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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 아직도 많다. 파킨슨병도 그중 하나다. 현재 출시된 약도 파킨슨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뿐 근원적인 치료제 역할은 못하고 있다.

약물 복용 5년 지나면 효과 ‘뚝’

약효 한계 이를 땐 수술 고려해야

양쪽 전두부에 미세전극 삽입

일반 뇌수술 비해 후유증 적은 수술

합병증 없는 당뇨환자도 가능

떨림, 어둔함 등의 운동증상이 특징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부족으로 생기는 신경퇴행성질환이다. 한 번 파괴된 신경세포는 복구되지 않기 때문에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동반된다. 대개는 한쪽의 떨림이나 어둔함, 행동 느림 등의 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잠꼬대와 수면장애, 변비, 우울증상 등과 같은 비운동 증상은 뒤에 발견된다. 드물지 않게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전문가가 환자의 여러 증상을 체크한 후 상담과 진찰을 통해 파킨슨병 진단을 한다. 치매 등 다른 뇌질환과 구분하기 위해 MRI, PET 등의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약물 효과 5년 후부터 떨어져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 사는 P씨(68). 8년전 손떨림과 행동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았다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오가며 약물 치료를 시작한 후 정상인과 다름 없이 생활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차 이전으로 돌아갔다. 처음처럼 손떨림 증상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주치의와 상담해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한 후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최근1~2년 동안은 약을 먹어도 파킨슨병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약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약기운이 점차 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약물 용량을 올리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팔다리가 꼬이거나 흔들흔들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뇌 속에 미세전극을 삽입하는 ‘심부뇌자극술’ 수술 모습. 해운대백병원 제공 뇌 속에 미세전극을 삽입하는 ‘심부뇌자극술’ 수술 모습. 해운대백병원 제공

P씨 사례는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경험하는 ‘약물효과 마모현상’의 전형이다. 약물 치료의 효과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거나, 약효가 있다가 없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약물 용량을 올려도 이상운동 증상이 여전히 나타나면 약물 치료의 한계가 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김해유 교수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년 가량이 지나면 약물효과 마모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약물 치료의 한계가 왔을 때는 수술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 한계 보일 때 심부뇌자극술

파킨슨병은 증상에 따라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수차례 변경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약물 치료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는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은 현재까지 심부뇌자극술이 표준적인 치료이다. 줄기세포 치료가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다.

심부뇌자극술은 뇌 속에 미세전극을 삽입한 후 전기선을 연결해 미세전류를 보낸다. 지속적으로 뇌를 전기로 자극해 비정상적인 뇌의 신경회로를 복원한다.

수술은 양쪽 전두부에 오십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만들고 전극을 삽입한다. 그런 다음 그 통로를 통해 미세전류를 흘려 신경 활성도를 측정한다. 실험적인 전기자극으로 적절한 반응이 확인되면 삽입한 전극을 고정시킨다.

보통은 각성상태에서 수술을 하면서 전기자극의 효과 여부를 즉각적으로 검증한다. 최근에는 전신마취를 한 후 전기자극의 검증을 별도로 거치지 않고 수술하기도 한다.

심부뇌자극술은 일반적인 뇌수술에 비해 아주 안전한 편이다.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적은 수술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뇌출혈과 감염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당뇨와 혈압이 있다고 해서 수술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합병증이 없는 당뇨와 혈압 환자는 문제없이 수술할 수 있다. 2005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어 환자부담도 줄었다.

수술 이후에는 이전에 복용하던 파킨슨병 약을 대부분 줄인다. 약을 끊는 경우도 간혹 있다. 증상도 아주 호전돼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상태가 개선된다.

김해유 교수는 “뇌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기존 약물 치료에 대한 익숙함으로 인해 수술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부뇌자극술은 약물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가 선택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파킨슨병의 진행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치료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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