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지끈 지긋지긋 ‘두통’ 치료법] 주름 잡는 보톡스, 두통도 잡는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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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의 원인과 양상은 다양하다. 그래서 진단이 쉽지 않다. 그리스 신화에도 제우스가 트리토니스 호수를 걷다가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얘기가 나온다. ‘신들의 신’ 제우스도 해결하지 못했고 참기 힘들어 했던 것이 두통이다.

편두통 유병률 6.5%로 흔하지만

방치하거나 진통제 남용 ‘양극단’

진통제가 만성 두통 원인 되기도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오래 지속된 만성 편두통이라면

머리·이마·어깨 ‘보톡스’ 효과

원인 모를 일차성 두통이 대부분

두통은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차성 두통’과, 뇌종양 뇌졸중 뇌동맥류 등의 뇌질환으로 인한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된다.

일차성 두통은 긴장성 두통, 편두통 등과 같이 뇌에 특별한 이상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차성 두통은 뇌나 머리의 질환에 의한 것이므로 원인을 반드시 제거해 주어야 한다.

두통을 이유로 반복해서 뇌영상을 찍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차성 두통으로 의심되지만 뇌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어 CT나 MRI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차성 두통보다는 일차성 두통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아동기에는 두통 증상이 있더라도 뇌종양등의 뇌질환이 확인될 확률은 아주 낮다. 때문에 불필요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40~50대 이상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양상의 두통, 점차 악화되는 두통, 졸리거나 발작 같은 의식변화가 동반될 때, 갑작스럽게 벼락 치듯 극심한 두통, 적절한 약물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뇌영상을 꼭 찍어 보아야 한다.

보톡스, 만성 편두통 치료제로 FDA 공인

편두통은 머리의 한쪽 또는 양쪽으로 ‘욱신욱신’ 거리는 증상이 맥박 뛰듯 나타난다. 구역, 구토, 눈부심, 식욕부진을 동반하며 수 시간 내지 하루종일 통증이 반복되기도 한다. 대한두통학회의 두통일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서 두통 전문의에게 자신의 증상을 제공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편두통은 국내 유병률이 6.5%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진통제에 의존하는 양 극단이 존재한다.

국내의 한 조사에 따르면 두통 환자 10명 중의 8명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적절한 약물 및 기타 치료를 통해 두통의 빈도와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극단은 진통제를 남용하는 경우다. 두통 치료약이 반대로 두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진통제로 인해 만성 두통환자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두통 치료방법의 하나로 보톡스 주사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톡스는 일반적으로 주름살을 펴는 주사제로 알려져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신경과 유봉구 교수는 “보톡스를 피부 근육 내에 주사하면 뇌로 가는 혈관 주변에 있는 근육이 마비된다. 그 결과 통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억제되고, 통증을 느끼는 통증 수용체를 변화시켜 두통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보톡스는 2010년 미국 FDA가 만성 편두통 치료제로 공인했고, 현재 미국신경과학회에서도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두통 환자의 보톡스 주사 부위 두통 환자의 보톡스 주사 부위

한 번 주사로 3~4개월 효과 지속

“55세 가정주부 P 씨는 1년 전부터 거의 매일 나타나는 두통으로 약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진통제를 남용하면서 체중 증가와 졸음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P 씨는 진찰과 뇌영상을 통해 만성 편두통과 약물남용으로 인한 두통으로 진단돼 진통제를 중단하고 보톡스 치료를 시행했다. 한 차례의 보톡스 주사 후에 두통의 빈도가 30%로 줄어들었고 두통의 강도도 현격하게 낮아졌다. 3개월 후에 한 차례 더 주사를 맞고 증상이 호전돼 두통 예방 약물을 중단했다.”

P 씨처럼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만성 편두통에 보톡스 치료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톡스를 처음 맞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의 치료만으로 효과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주사 후에도 효과가 지연되거나, 효과가 축적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차례 추가적으로 주사를 맞고 효과를 판정해야 한다.

보톡스의 장점은 매일 복용하는 약과는 달리 한 번 주사로 3~4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머리, 이마, 어깨에 작은 바늘을 통해 주사를 맞는데 통증은 심하지 않다.

부작용은 주사 부위의 통증, 멍, 눈꺼풀 처짐, 두통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유봉구 교수는 “계속되는 두통은 그냥 두다가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발전하기가 아주 쉽다. 두통은 초기부터 진료를 받으면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줄어들며, 만성 편두통일지라도 보톡스 주사와 약물치료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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