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졸업유예생에 “학교 시설 이용료 내라”는 대학들
사진은 부산대 전경. 부산일보DB
올해부터 대학생들에게 졸업유예금 부과가 금지됐지만, 부산지역 일부 대학은 이를 무시한 채 여전히 유예금 납부를 버젓이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취업이 급한 졸업유예생에게 재학생 취업 프로그램 참가까지 제한하며 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11일 본보 취재 결과 부산 4년제 대학 중 부산대 등 3곳은 여전히 졸업유예금 이름을 바꾼 채 졸업을 미룬 학생들에게 유예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대와 부경대는 ‘학교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정규학기 등록금의 8%만큼의 비용을 유예생들에게 부과한다. 동아대 학생들은 정규학기 등록금의 5.5%만큼을 유예비로 지불해야 졸업을 미룰 수 있다.
지난해 4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1학기부터 대학은 졸업을 미룬 학생들에게 졸업유예금을 부과할 수 없지만, 부산지역 일부 대학이 사실상 졸업유예금 부과를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졸업유예금은 학점을 모두 이수했지만 졸업을 미룬 학생들에게 수강료와 학교 시설 이용료 등을 받는 제도다.
‘졸업유예생 등록금강제징수금지법’이라 불리는 이 고등교육법 개정안에는 ‘졸업유예생 수강신청 의무 폐지’와 ‘유예생을 재학생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설돼, 올해부터 졸업유예생들은 재학생처럼 등록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 이에 한국해양대, 신라대, 동의대 등은 올해부터 졸업유예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산대 등은 이름만 바꾼 채 올해도 졸업유예금 부과를 강요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교육부으로부터 ‘수업을 듣지 않는 유예 학생에게 학교 시설 이용이나 학적 보유 같은 혜택에 따르는 비용은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설 이용료’나 ‘학사학위 취득 유예비’로 둔갑시켜 졸업유예금을 징수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대학에 졸업유예금을 편법으로 뜯기면서도 재학생으로 인정받지 못해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개정안에서는 졸업유예생들의 등록금 납부 의무를 없애기 위해 이들을 재학생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대 취업전략과는 올해부터 졸업유예생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국내·외 산업 현장에 파견돼 돈을 벌며 학점도 이수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졸업유예생들은 아예 참여가 막히게 됐다.
취업 준비생들은 이 같은 대학 당국의 조치에 분통을 터트렸다. 졸업 유예를 신청한 취업준비생 최 모(27) 씨는 “지난해 졸업 유예생들에게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돈은 돈대로 내고 재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만 빼앗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졸업을 미룬 학생들도 도서관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활한 시설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이용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