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 주인공의 미련한 미련? 변호사 행세하다 또 법정행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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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그리고 한때 내연녀에게 고급 외제 승용차를 선물로 보낼 정도로 속칭 ‘잘나가던’ 변호사도, 10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변호사’ 사칭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추락했다. 바로 지난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 여검사에게 벤츠 승용차를 선물한 내연남 최 모(56) 전 변호사 이야기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최 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호텔 매수와 관련한 법인 양도양수 용역계약을 알선하면서 변호사 직함을 표시한 명함을 무단 제작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또 지난해 5월께 지인의 형사사건 소송서류를 대신 작성하고 법률 조언을 해 준 대가로 1000만 원을 받는가 하면, 비슷한 시기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직함이 찍힌 명함을 수차례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무마 청탁 내연녀에 금품수수

징역형 받고 자격 박탈된 최 씨

변호사 취소 기간 4년 못 참고

지난해 명함 돌리며 다시 활동

잘나가던 변호사, 사칭범 전락

사법연수원 15기인 최 씨는 지난 2002년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직을 끝으로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변호사로 활약하던 최 씨는 2008년 당시 내연 관계에 있던 A 검사에게 벤츠 승용차를 선물했다. 이후 최 씨는 2010년 A 검사에게 자신의 고소 사건에 대한 청탁을 부탁했고, A 검사는 사건 담당자였던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걸었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A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과정에서 최 씨가 앞서 선물한 벤츠 승용차의 직무 대가성이 큰 쟁점이 됐다. 2015년 대법원은 “벤츠 승용차를 받은 것이 고소 사건을 청탁받은 시점보다 2년 7개월 전인 점 등으로 미루어 알선 대가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벤츠 승용차는 뇌물이 아니라 ‘사랑의 증표’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벤츠 승용차를 ‘사랑의 증표’로 선물할 정도로 애틋(?)한 ‘러브 스토리’의 결말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당시 최 씨에게는 A 검사 외에도 또 다른 내연녀 B 씨가 있었다. 최 씨는 2011년 당시 절도 혐의를 받던 B 씨에게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는 또 B 씨가 이별을 요구하자 감금·폭행하고, 자신의 아파트 전세금을 빼돌렸다며 B 씨를 허위 고소한 혐의도 받았다. B 씨는 ‘벤츠 여검사’ 사건의 제보자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최 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00만 원을 최종 선고받았다. 그리고 곧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최 씨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취소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 받을 경우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변호사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등록이 취소된 자는 수형기간 또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2년 뒤까지 변호사등록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 씨는 집행유예 2년을 포함한 4년을 참지 못했다. 결국 최 씨는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상태에서 계속 변호사 행세를 하다가 다시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법정에 마련된 그의 자리는 이제 변호사석이 아니라 피의자석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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