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90> 미·북 정상회담?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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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탄성이 상당한 만두피가 간신히 꽉 찬 소를 버텨내는 손만두.’

뭔가 어색한 이 문장, 어떻게 고쳐야 할까. 어색한 이유를 알면 해결은 손쉽다. 부사 ‘간신히’와 서술어 ‘버텨내는’ 사이에 뭔가가 끼어든 게 어색해진 가장 큰 이유. 그러니 ‘탄성이 상당한 만두피가 꽉 찬 소를 간신히 버텨 내는 손만두’로 고치면 훨씬 부드러워진다.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은 될 수 있으면 가까이 두는 게 좋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여름철에 발생하는 눈의 대표적인 감염성 질환이다’는 어떻게 고치면 될까. ‘발생하는 눈의’가 어색하므로 이렇게 순서를 손보는 게 좋겠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여름철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감염성 눈 질환이다.’

이러면 어색함도 피할뿐더러 문장도 더 짧아진다. 순서라는 건, 이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업무는 못 해도 되지만, 의전에 실패해서는 안 되는)한국 사회에서는 더욱더…. 순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례를 하나 더 보자면, 충청도의 어느 신문 얘긴데, 韓日會談(한일회담)을 日韓會談(일한회담)으로 쓰는 바람에 1953년 폐간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그 전해에 大統領(대통령)을 犬統領(견통령)으로 잘못 써서 정간당한 일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겠지만…. 어쨌거나 순서라는 건, 이렇게나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모일 때는 모든 언론이 ‘한·중·일’이라 쓴다. ‘한·일·중’으로 쓰는 건, 모험에 가까운 일이라고나 할까. 암묵적 순서가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확정한 것을 환영합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자 지난 6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렇게 브리핑을 했다. 외교부도 이렇게 밝혔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북미 고위급 회담, 스톡홀름 남북미 북핵 수석대표 회동에 이어…북미간 후속협상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정부의 명명에 따라 언론도 ‘북·미’정상회담이라고 쓴다. 하지만 굳이 ‘미·북’정상회담이라고 쓰는 신문도 몇 있다. 같은 민족보다는 동맹국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문제는, 누군가가 “북·미”라고 했는데도 인용할 때 “미·북”으로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는 것. 엄밀히 따지지 않더라도, 왜곡이다. 원전(텍스트)이 의심을 받으면, 해설이나 주장 또한 힘을 얻기는 어려운 법. 언론으로서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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