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르노삼성차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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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부산에 본사와 생산 공장이 자리 잡은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이 해를 넘기고도 타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10월부터는 노조가 30차례 이상 부분파업을 계속하는 중이다. 특히 강성 노조가 들어선 지난해 12월 이후에 집중되었다. 르노삼성으로선 출범 이후 최장 기간이다. 6400대의 생산 차질, 1141억 원 손실이 이미 발생했고, 가동률은 98%에서 1월 기준으로 75.5%까지 하락했다.

내수 부진은 계속돼 2016년 11만 1101대를 기록했으나 2017년 10만 537대, 지난해엔 9만 369대로 추락하고 있다. 올 1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2% 줄어든 5174대에 그치면서 국내 판매 순위가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에도 밀려났다. 기본급 인상을 둘러싼 줄다리기이지만 회사의 존폐가 걸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조는 회사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3월부터 파업 수위를 올리겠다고 한다. 만약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하루 생산 차질 960대, 1일 손실액 160억 원에 달하게 된다.

르노 그룹 측은 파업이 계속된다면 부산 공장 생산 물량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후속 모델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오는 9월이면 닛산 로그 생산이 끝난다. 후속 모델을 못받으면 르노삼성은 경쟁사와 달리 새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고 해묵은 SM, QM 시리즈에만 의존하게 돼 가동률은 반 토막 날 것으로 우려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어떤 회사인가. 합판, 신발 등 주력 산업이 공동화되었을 때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부산 시민들이 유치한 기업이 아닌가. 필자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던 1995년 부산상의 관계자들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을 숱하게 만나 설득했고, 시민단체와 부산 시민들이 힘을 보태 유치운동을 펼쳤던 결실이다. 1990년대 후반 삼성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고(故) 안상영 부산시장과 필자를 포함한 부산상의 간부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르노그룹 회장을 만나 삼성차 인수를 간곡하게 설득해 꽃을 피웠던 기업이다.

르노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에 인수하였으며 부산으로선 그 덕분에 기계공업이 주종 산업이 되었다. 르노삼성차의 협력업체는 모두 260여 개, 르노삼성차 직원을 포함하면 모두 1만 명에 육박한다. 르노삼성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국 100대 기업 안에 드는 유일한 부산 기업이다. 부산지역 수출액의 약 20%, 협력업체 포함 지역 제조업 고용의 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부산에서 매출 1·2위는 르노삼성차와 한진중공업이다. 하필 한진중공업도 필리핀에 세운 수빅 조선소의 부실로 본사마저 어려움을 겪는 처지다. 머지않아 정상화되리라는 전망이지만, 이러다간 부산이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고 한국GM 공장이 휘청거리는 전북 군산을 닮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부산에 제2, 제3의 자동차업체가 들어서고 구도심이 선물거래소 유치 이후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부산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줄 것을 소망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고 금융중심지는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다.

르노삼성의 부품협력업체 가동률은 올 들어 30% 이상 줄었다. 이대로 가다간 협력업체의 줄도산은 불가피하다. 르노삼성 직원의 평균 임금은 7800만 원으로 르노-닛산 46개 공장 가운데 3위다. 닛산의 일본 규수 공장보다 20% 높다고 한다.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만 해도 우리나라 인건비의 절반 수준이다. 인건비가 높으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르노삼성의 위기는 부산 경제의 위기에 직결된다. 부디 노사가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합의해 회사도 살리고 부산도 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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