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93> 수십 개 국어에 능통?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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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이 신문 제목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물론, 제목을 단 편집기자는 ‘한 치 오차’를 습관처럼 썼을 테지만…. 한 치는 한 자의 10분의 1이니까 약 3.03㎝가 된다. 한데, 로켓을 만들면서 저 정도 오차라면, 발사는커녕 조립을 마치기도 쉽지 않을 터. 실제로 1999년에, 도량형이 헷갈리는 바람에 미국 화성탐사선이 폭발한 일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한쪽은 야드, 한쪽은 미터 단위를 썼던 것. 어쨌거나, 말을 무심코 쓰다 보면 이처럼 놓이는 자리에 따라 우스워지기도 한다.

이 신문 제목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물론, 제목을 단 편집기자는 ‘한 치 오차’를 습관처럼 썼을 테지만…. 한 치는 한 자의 10분의 1이니까 약 3.03㎝가 된다. 한데, 로켓을 만들면서 저 정도 오차라면, 발사는커녕 조립을 마치기도 쉽지 않을 터. 실제로 1999년에, 도량형이 헷갈리는 바람에 미국 화성탐사선이 폭발한 일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한쪽은 야드, 한쪽은 미터 단위를 썼던 것. 어쨌거나, 말을 무심코 쓰다 보면 이처럼 놓이는 자리에 따라 우스워지기도 한다.

처음 썼을 때는 기발하고 신선한 표현이었겠지만, ‘쏜살같은 세월/앵두 같은 입술/샛별 같은 눈동자’가 지금은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는 낡은 비유인 것도 비슷한 얘기다. 이렇게 낡은 상투어를 ‘클리셰’라고도 한다. 패션이라면 가끔 유행이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말에는 그런 게 거의 없다. 혹시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말, 상황에 맞지 않는 말, 부정확한 말을 습관처럼 쓰지는 않는지 항상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스텔라장은 지난 24일 첫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삼청동 외할머니’에서 무려 6개 국어를 선보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스텔라장은 이날 유창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이용해 코스타리카, 프랑스, 벨기에, 멕시코 등 세계 각국에서 온 할머니들과 소통을 했다.’

인터넷에서 본 기사인데, 눈에는 익었지만 따지고 보면 좀 이상한 말이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국어(國語): ①한 나라의 국민이 쓰는 말. =나라말·방어(邦語).(이 책은 이십여 개 국어로 번역되었다./그는 3개 국어에 능통한 개화 지식인으로서 당당히 서울 정계로 진출했다.<유주현, 대한 제국>) ②우리나라의 언어….

여기서 ①을 보면, 국어에는 ‘나라’라는 개념이 강함을 알 수 있다.(하긴 ‘국어’라는 이름 자체가 벌써 그런 정체성을 보여 준다.) 단순히 ‘어느 언어’가 아닌 것. 당연하게도, 국어(혹은 공용어)가 여러 개인 나라도 있고, 한 언어가 여러 나라 국어일 수도 있다. 그러니 스텔라장이 구사하는 말은 알고 보면 ‘6개 국어’가 아니라 ‘6개 언어’였던 것. 이걸 국어로 따지자면, 수십 개에 달할 수 있을 터. 습관처럼 ‘국어=언어’로 쓰면 우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3D 애니메이션은 영어와 한국어를 비롯한 20개 언어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되며 신비한 도구를 가진 유후와 그의 구조대 친구들이 동물 친구들을 돕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바로 이 기사가 적확하게 쓴 보기다. 그러고 보니 표준사전 뜻풀이 ‘3개 국어에 능통’도 뭔가 좀 찜찜한데….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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