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까지 부르는 건선] 각질이 뚝뚝, 눈물이 뚝뚝 ‘건선’ 꾸준한 치료가 약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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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의 주부 K 씨는 수년전부터 눈처럼 하얀 각질이 온 몸을 뒤덮었다. 각질을 떼어내면 붉은 발진이 드러나면서 출혈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팔뚝과 무릎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각질 때문에 외출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무엇보다 너무 가려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겹쳐 삶의 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얀 각질·홍반·가려움 증상

보습제 꾸준히 발라 주면 도움

획기적 치료법 ‘생물학적 제제’

산정특례 지정되면 부담금 10%

습진·지루성 피부염·피부 건조증과는 달라

K 씨가 앓고 있는 건선 질환은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과 하얀 각질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방울 모양의 작은 발진과 널판지 모양의 판상형, 손 발톱의 함몰 또는 박리 등의 형태를 띤다.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발생하지만 사람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신체 어디든 생길 수 있다.

초기에는 붉은 발진이 나타나기 때문에 습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두피가 붉고 가려운 증상을 보이기도 해 단순 비듬이나 지루성 피부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손발톱 건선을 무좀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피부 건조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건선으로 진단받는 환자도 간혹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왜 건선이 생기냐는 것이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면역세포 중 T세포가 건선이 발병하는데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환경적 요인, 피부 자극, 건조함 등 여러 요인이 건선을 악화시킨다. 환자 10명 중 4명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전적 요인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은 연고제, 먹는약, 광선치료 등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사진은 손, 팔꿈치, 발 등에 생긴 건선. 부산백병원 제공 건선은 연고제, 먹는약, 광선치료 등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사진은 손, 팔꿈치, 발 등에 생긴 건선. 부산백병원 제공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 등장

대개는 가려움이 없지만 심하면 가려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보습제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로션, 크림, 연고제 등 자신에 맞는 보습제 타입을 잘 선택해야 한다.

건선 치료는 크게 국소치료, 광선치료, 전신치료, 생물학적 제제로 나뉜다. 건선은 치료를 하면 나아지다가 중단하면 악화되는 양상을 반복한다. 그래서 치료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건선은 현재로선 완치가 안된다. ‘성격 안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부산백병원 피부과 설정은 교수는 “최근에 등장한 생물학적 제제로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심한 건선 환자도 생물학적 제재를 투여하면 병변이 거의 없어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돼 치료의 기대치를 한단계 높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생물학적 제제를 잘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

초기의 가벼운 증세는 국소치료로도 잘 해결된다. 건선 환자에서 약 80%를 차지하는 경증 환자들은 비타민D와 스테로이드 복합 연고만으로도 조절이 쉽게 된다. 경증일 때는 비교적 저렴하고 약을 안먹어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맨처음 시도하는 방법이다.

광선치료는 약을 복용하기 힘든 간질환이나 콩팥질환을 가진 환자, 또는 임산부, 어린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 2회 정도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교적 심한 건선일 때에는 약을 복용하는 전신치료를 시도한다. 사용 기간에 제한이 있으며 부작용을 검사하기 위해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제제는 가장 최근에 나온 치료법이다. 건선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개발된 약품이다. 건선 피부 병변이 사라져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증상이 해결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현재 건선과 건선관절염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스텔라라, 트렘피어, 코센틱스, 탈츠 등이 있다.

광선치료 장면. 부산백병원 제공 광선치료 장면. 부산백병원 제공

치료비 부담 커, 산정특례 대상자는 보험혜택

생물학적 제제는 다른 치료법들과 비교해 효과가 우수하며 부작용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장기 투여도 가능하다. 하지만 고가 약제라서 환자 부담이 아주 크다. 약제 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번 투여 시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모든 약제들의 연간 비용을 합산하면 대략 2000만 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다행히 2017년 6월부터 중증보통건선에는 산정특례 제도가 적용돼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산정특례 신청자에 해당되면 환자부담금 10%만으로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 받을 수 있다.

산정특례 신청은 대학병원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중증보통건선 혹은 건선관절염 등의 진단기준을 만족하는지 우선 확인해야 하다. 그런 다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서 산정특례 대상자로 등록돼야 의료비 지원을 받는다.

산정특례 적용은 3개월간 전신 약물요법과 3개월간 광선치료를 1년 이내에 받은 후에 신청할 수 있다. 그런 후에도 체표면적의 10% 이상, PASI(건선 중증도 지수 10점 이상)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환자일 때 가능하다.

설정은 교수는 “건선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건선으로 진단되었다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는 크지만 산정특례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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