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생화학 실험장 된 8부두, 부산시 대책 세워야
미 국방부가 올해 예산 350만 달러(40억 원)를 투입해 부산 남구 감만동 8부두에서 주한미군 생화학전 과제인 ‘주피터(JUPITR)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미 국방부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 따르면 8부두의 ‘주피터 잔여 능력과 작동 시연 테스트 지원’에 350만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도 포함했다고 한다. 나아가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전체 예산은 전년도보다 15.6% 늘었는데, 그중 8부두 예산이 34.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 공식문서를 통해 8부두가 미군 생화학전 실험장으로 확인된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 운운한 것은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같은 가공할 만한 고위험 병원체를 언제라도 8부두에 반입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시민의 공포를 배가시키고 있다. 연전에 미 국방부 생화학전 전문 하청업체가 “부산에 위치한 주피터 시스템 군수 지원 계약자로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부산 시민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미 국방부 예산 자료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대체 8부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주피터 프로젝트에 대한 의혹이 일 때마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부산에서 어떤 시료 사용시험도 없다” 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변명만 되풀이해 왔다. 이번에도 주한미군 사령부는 “주피터 프로그램 문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항의 한가운데, 그것도 반경 5㎞ 주변에 대학과 아파트 단지가 산재한 8부두에서의 생화학전 실험은 ‘도심 내 핵실험’과 다를 바 없다는 전문가 주장도 나오는 마당이다.
부산시와 정부는 8부두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피터 프로젝트에 대해 이제는 사실 그대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부산시가 아닌가. 외국 군대 시설이어서 접근이 어렵다는 식의 궁색한 변명이나 내놓을 때가 아니다. 8부두에서의 현장 설명회를 통해 시민의 불안을 씻어내야 한다. 나아가 이참에 8부두에 있는 미군 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한편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등의 국내 반입을 금지하는 법안 처리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