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기 없어도 OK’ 액상 분유 일본 첫 시판
한 여성이 체험 행사장에서 아이에게 액상 분유를 먹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일본판
뜨거운 물이 없어도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일본 최초의 유아용 액상 분유가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액상 분유는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일정 기간 보관이 가능해, 가루 분유와 달리 뜨거운 물로 녹이고 식힐 필요가 없다.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식품업체 에자키글리코(江崎グリコ)가 개발한 유아용 액상 분유 ‘아이크레오(アイクレオ)’가 지난 11일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간편하게 먹일 수 있어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가, 뜨거운 물이나 전기가 없어도 돼 지진과 홍수 등 재해나 재난 발생 시 구호물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모유 대용으로 육아 부담 줄여
뜨거운 물 없이 간편하게 수유
홍수·지진 재난 상황 시 유용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계기
액상 분유 생산 허용 요구 결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분유, 모유와 성분이 닮은 이 유제품은 125mL 종이팩 용기에 들어있다. 상온 상태에서 젖병에 그대로 옮겨 담아 간편하게 수유할 수 있어, 젖이 잘 돌지 않는 산모뿐만 아니라 깨끗한 끓인 물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젖 먹이기가 쉽다. 업체에 따르면 이 액상 분유는 상온에서 6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
액상 분유는 원료 종류와 배합 등 일본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비롯해, 소비자청으로부터 유아 발달에 적합한 ‘특별 용도 식품’ 허가를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끝에 출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125mL 액상 분유의 개당 소매가격은 216엔(한화 약 2200원)으로, 해당 업체에서 판매하는 같은 양의 분유보다 3~4배가량 가격이 높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액상 분유의 제조·유통이 허용되지 않다가, 지난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을 계기로 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진으로 장기간 물이 끊기고, 단수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한동안 탁한 물이 공급되자 ‘끓인 물이 필요 없는’ 액상 분유를 찾는 부모와 보육원 등이 잇달았다. 당시 핀란드에서 긴급지원품으로 유아용 액상 분유를 대피소에 있는 주부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일본 요코하마시에 사는 한 주부(37)가 액상 분유의 국내 제조를 요구하며 올린 인터넷 서명은 구마모토 지진 후 불과 한 달 만에 4만 명의 찬성을 받았다.
액상 분유는 일본 군마현, 도쿄도, 오사카부 등 일부 지역에서 재난·재해에 대비해 비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액상 분유가 판매를 개시한 지난 11일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8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액상 분유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엄마·아빠들의 가사와 육아 분담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에 사는 여성 A(33) 씨는 “앞으로 액상 우유가 보급되면 남성이 가사나 육아에 참여하는 것도 더욱더 쉬워질 것”이라며 “육아하기 쉬운 사회의 실현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쿠오카=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