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금융중심지 시즌2 - 금융생태계 조성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유태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 금융중심지혁신포럼 회장

10년 전인 2009년 1월 21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것은 금융중심지법에 의거, 국내 및 외국 금융기관의 상호 진출과 금융기관 집적을 지원하여 국제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부산 금융중심지는 일부 금융공기업을 유치하였지만, 세계 주요 도시 금융경쟁력에서나 금융생태계 조성면에서 실패라는 낙인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부산 금융중심지의 새로운 향후 10년을 바라보면서 여태까지의 국제 금융중심지 목표와 국내외 금융기관 유치에 대한 전략을 4차 산업혁명 발 디지털시대와 산업변화 환경을 고려하면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부산이 국내외를 망라하여 지난 10년간 한 개도 유치하지 못한 금융기관의 본질은 금융중개기관이다. 즉 기업과 가계 간의 자금의 흐름을 중개하는 금융시장 생태계에 핵심적인 금융회사이다. 기업의 활동이 왕성하여 인적·물적 자본이 집적되면서 금융생태계 또한 갖추어지는데 2016년 기준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의 5%인 부산에 중개할 만한 금융 물량이 많이 없었고 따라서 금융회사가 새로이 유입되지 못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 모든 산업의 본질을 바꾸고 있고 금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으며 금융산업에서는 금융중개기관들이 수행하는 결제, 대출, 자산관리, 보험 등 모든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도 2015년도에 주식매매 트레이더의 수를 600명에서 단 2명으로 줄이고, 인공지능 켄쇼로 15명의 전문 경제분석가가 4주 내내 처리하는 분량을 단 5분 만에 처리하면서 IT 회사임을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부산시가 제시한 ‘핀테크 등 금융기술기업 클러스터화’는 이전의 국내외 금융기관 유치를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금융중심지 발전 핵심결과지표라 할 수 있다. 또한 금융기술기업의 육성은 GRDP와 직결되므로 금융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한다.

금융기술기업의 발전에는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규제 당국의 사업계획 평가 및 승인 절차에 있어 매우 인간 중심이고 아날로그적이어서 확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정부 주도 샌드박스 외에 업계가 주체가 되는 ‘산업 샌드박스’를 샌드박스 생태계 전체 관점에서 같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산업 샌드박스는 ‘시장 외’ 환경에서 기업이 제품 및 데이터 등을 테스트하는 것을 더 쉽게 하여 많은 이해관계자가 서로 협력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조성을 목표로 한다. 샌드박스 제도는 혁신을 표상하므로, 부산 금융중심지에서 금융기술기업과 규제 샌드박스 생태계를 정립하면 국내외적으로 경쟁 금융도시 간에 비교우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다른 한 축은 금융회사와 기업 외에 금융적으로 건강한 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리한 투자로 무너진 가계는 지역경제에 부담이 되며 금융시장 생태계의 교란 요인이다. 부산 시민들의 금융역량이 향상되어 금융 웰빙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형태의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이는 금융공기업 이전과는 다르게 부산 시민 스스로 이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기술기업 클러스터화 및 샌드박스 생태계 정립과 금융역량 향상을 ‘부산금융중심지 시즌2’의 핵심결과지표로 제안하며 이를 바탕으로 부산의 금융생태계가 조성돼 명목상의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보다는 내실 있는 지역경제의 효율화·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금융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