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매그넘 사진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 포토스’. 1947년, 로버트 카파(헝가리)의 제안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프랑스), 조지 로저(영국), 데이비드 시모어(폴란드) 등 4명의 사진가가 의기투합해 출범했다. 설립 멤버의 다양한 국적과 배경만큼이나 자유로운 사진 창작 활동의 터전을 만들고자 한 취지 덕분일까. 창립 70년이 넘도록 매그넘은 협동조합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작권은 작품을 출판하는 잡지가 아닌 사진작가 자신에게 귀속한다. 어떤 면에선 구성원 간에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지만, 오랫동안 한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놀랍기만 하다.
매그넘 회원이 된다는 건 영예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매그넘 회원은 1년에 한 번 6월에 연례 총회라는 이름으로 뉴욕이나 파리, 런던 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만난다. 이 중 하루를 신입 회원 투표에 할애한다. 정회원의 과반수가 승인한 경우 후보 회원이 되고, 그로부터 2년 안에 다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정회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준회원, 다시 2년 안에 정회원 3분의 2 찬성으로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정회원이 되면 영구적이다.
현재 매그넘 정회원은 50명에 불과하다. 아시아권에선 일본의 구보타 히로지와 대만계 미국인 치엔지 창 정도가 보인다. 이란 출신의 아바스는 지난해 작고했다. 준회원인 소호라 후라(인도), 후보 회원인 심치인(싱가포르), 매그넘 특파원으로 중국과 인도 사진가 각각 1명씩을 더해도 손꼽을 수준이다. 한국인 회원은 아직 없다. 꼭 매그넘 회원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아쉽다. 준회원, 후보 회원, 특파원, 공헌자, 작고 회원까지 다 합쳐도 100명이 안 되는 것만 봐도 매그넘 작가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된다.
‘홈(HOME)’을 주제로 한 매그넘의 글로벌 순회 사진전이 지난 주말 부산에도 상륙했다. 5월 8일까지 두 달간 무료로 이어진다니 한 번쯤 둘러봐도 좋을 듯싶다. 서울(후지필름 전시문화 공간 X 갤러리)과 부산(고은사진미술관) 동시 개최이지만, 영상과 사진책만 전시하는 서울과 달리 부산에선 16인의 매그넘 작가 작품 186점을 만날 수 있다. 포토저널리즘과 파인아트를 아우르는 매그넘 특유의 다큐멘터리 시각은 덜하지만, 우리에겐 익숙한 것들을 매그넘 사진가 특유의 비범한 이미지로 잡아낸다. 혹시 알겠는가, 이날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서 부산 출신의 한국 매그넘 사진가가 탄생할 날이 올는지!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