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징계 과했나?… 스쿨 미투 직위해제 교사 ‘혐의없음’ 판결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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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 사하구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스쿨 미투’(교사로부터 당한 추행이나 학대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 폭로에 반년 넘게 징계 조치를 당했던 교사가 법원으로부터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교육청이 학생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듣고 교사의 반론을 무시한 채 교사에게 과도한 징계를 행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하 교육청)은 학교 내 성희롱 관련 미투 발생 시, 대응하는 교육청 매뉴얼인 ‘성범죄 사안 처리요령’에 누락된 교사들의 반론권 보호를 위한 절차 수립을 논의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는 학내에서 성희롱 등 피해 주장이 제기되면, 교사를 즉시 직무배제 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하는 대응 절차가 ‘선을 넘는다’는 주장이 잇따른 데서 나온 결정이다.

학생 폭로에 사하구 중학교 교사

법원 판결까지 6개월간 징계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교육청 제소

미투 주장만 하면 징계에 우려

교육청 “교사 보호장치 논의 중”

부산 사하구의 한 중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학생의 미투 폭로로 6개월간 징계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9월께 학교에서 시행된 미투 설문조사에서 A 씨가 학생들에게 “너희가 화장하니까 청소년 임신이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학생의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미투를 접수한 즉시 학생과의 격리를 위해 A 씨에게 직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이후 교육청은 매뉴얼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두 달 후 A 씨는 성희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A 씨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교육청은 매뉴얼에 따라 A 씨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에 해당하는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교육청과 경찰의 편파 수사로 억울함을 호소하던 A 씨는 지난달 1일 법원으로부터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는 법원의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교사의 인권이 철저히 배제당했다”며 지난 1월 10일 교육청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국가인권위는 미투 폭로 당시 교육청의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관련 자료를 받아 조사에 나선 상태다. A 씨는 “학생은 무조건적으로 보호받아야하지만, 일부 주장만을 가지고 교사를 가해자로 몰아 넣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시는 타 시·도에서는 징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성차별 발언에 대해서도 3년간 교사 4명을 해임하고 8명에게 정직을 내리는 등 사실상 ‘철퇴’에 가까운 징계를 행하고 있다.

교육청의 ‘철퇴 징계’에 대해 각 학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도 ‘혹시 모를’ 사안이 닥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B 씨는 “학생이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거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만 제기되면, 면밀한 조사 없이 교사에게 즉시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고 토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보호 차원으로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이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김석준 교육감이 보호장치 수립을 논의하는 중이고, 추후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교사가 미투로 직무배제 시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연가 사용에 대한 대체 연가 보장안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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