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기획자다] 4 북 커뮤니티 총괄 운영자 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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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대의 소통·교류… 독서 모임은 새로운 문화의 축

‘북 커뮤니티 사과’는 저자 초청 강연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쓰기의 말들> 은유 작가와의 만남. 사진=‘북 커뮤니티 사과’ 제공·강선배 기자 ksun@

지난달 서울 지역 독서 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4개월에 19만~29만 원의 회비를 내는 프리미엄 독서 모임으로 평소 만나기 힘든 명사와 함께 책을 통해 교류할 수 있고, 참석자가 인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든 점이 성공비결로 꼽힌다. ‘트레바리’처럼 프리미엄 모델은 아니지만, 부산에도 10년째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기획자가 있다. ‘북 커뮤니티 사과’ 강동훈(32) 총괄 운영자다.

대학 때부터 10년째 독서 모임 운영
20여 개 모임, 매달 200여 명 참가

“책을 매개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곳”
서울에도 모임 운영, 저자와 인맥 구축

내년 회사 설립, 프리미엄 모델 준비

독서 모임이 커뮤니티가 되기까지

<못생긴 여자의 역사> 역자 김미진 박사의 강연

강 씨는 낮에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건축자재 납품회사에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부산의 독서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기획자다. 10년 가까이 책 읽는 커뮤니티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부산에서 독서 커뮤니티를 업(業)으로 삼기 위해 한창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우연히 참석한 독서 모임의 참석자를 보고 “좋은 곳에 취직하려면 독서 모임을 해야겠구나 단순 명쾌하게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래서 2010년 수학과 내에 독서 소모임을 만들었고, 같은 과 학생하고만 얘기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점이 아쉬워 2011년, 부산대 전체 독서 모임을 꾸렸다.

수년째 혼자서 운영하던 독서모임을 2016년 커뮤니티화한 것은 개인적인 이유도 컸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결혼, 출산, 취업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고 20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독서 모임이었다”고 전했다. 입문, 중급 같은 단계적 모임에다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20여 개 모임에 매월 200여 명이 참가한다. 그야말로 부산에서 독서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됐다. 참가비는 8회 10만 원 선이고, 모임을 진행하는 클럽장은 19명 이다.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교수를 초청한 서울 모임이다.

새로운 문화가 된 독서 모임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연령이 다양한 만큼 참가 이유도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강 씨는 “사람이 행복할 때는 자기 이야기를 할 때인 것 같다”며 “독서 모임은 책을 매개로 이야기할 마당을 깔아주고 또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독서 모임이라는 낯설지만 느슨한 관계에서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북 커뮤니티 사과’는 연령 제한이 없다. 그래서 IMF 외환위기가 주제라면 IMF 외환위기를 교과서로만 봤던 세대와 직접 겪은 세대가 만나 이야깃거리가 더 풍부해진다고 한다. 책 읽는 모임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책 쓰기로 모임이 확장된 경우도 있다.

강 씨는 “예전에 강연 붐이 있었을 때 유명 강사의 강연을 들으면 세상을 많이 안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면 변하지 않은 일상이 있고 허무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강연이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총괄 운영자 강동훈 씨.

남에게도 가치있는 일 하고싶어

지난해 9월 강 씨는 서울에도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주말 아침 서울에 올라가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 독서 모임의 트렌드를 경험하고, 독서 모임에 게스트로 초청할 저자들과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교수를 서울 독서 모임에 초청했고,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작가 강연이 4월 예정돼있다. 이를 연결고리로 부산 모임에도 연사로 초청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오는 24일에는 부산 한성 1918에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공부할 권리> <마흔에 관하여> 등을 쓴 정여울 작가, <나는 고양이쌤 입니다>를 쓴 통영 고양이쌤책방 책방지기 김화수 작가를 초청한 강연회를 연다. 독서 모임 회원은 무료이고 일반 신청자에게는 1만 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강 씨는 내년께 ‘북 커뮤니티 사과’로 정식 회사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소설가와 함께하는 소설 읽기, 낭독 모임, 독서 모임 진행자 육성 모임 같은 참가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모임도 운영한다. 프리미엄 모델도 고민 중이다.

그는 “독서 모임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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