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교사, 밤엔 게임 개발… ‘인디게임 대부들’ 부산서 일낸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제3회 2019 Bu:Star(부스타) 챌린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젤리스노우스튜디오의 김태훈 대표. 젤리스노우스튜디오 제공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제3회 2019 Bu:Star(부스타) 챌린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젤리스노우스튜디오의 김태훈 대표. 젤리스노우스튜디오 제공

경남 김해의 한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김태훈(27) 씨는 매일 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미술학원 일을 끝낸 뒤 자신의 작업실에 도착하면 김 씨는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잠도 자지 않고 작업에 매달린다. 밤잠도 잊을 정도로 김 씨가 열정을 쏟아붓는 건 다름 아닌 ‘게임 개발’이다.

미술학원 강사 김태훈 씨

매일 새벽까지 6시간씩 게임작업

加 공대 교수와 스튜디오 설립

RPG ‘메탈 유닛’ 개발 가속도

정보산업진흥원 공모전서 대상도

“대기업 독점이 중소기업 내몰아

정부도 게임 규제보다 지원을”

김 씨는 지난해 게임 커뮤니티에서 알게된 캐나다인 펠릭스(30) 씨와 함께 게임 개발업체 ‘젤리스노우스튜디오(JellySnowStudio)’를 설립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펠릭스 씨는 김 씨와 SNS로 소통하며 게임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개발 중인 건 ‘메탈 유닛’이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지구와 충돌한 운석에서 외계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어가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성장시키는 RPG 게임으로, 모바일과 PC, 콘솔 기기 등에서 호환이 가능하다. 아직 한창 개발 단계인 메탈 유닛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게임 공모전인 ‘제3회 2019 Bu:Star(부스타) 챌린지’에서 작품성과 참신함 등을 인정받아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쟁쟁한 부산·경남지역 게임 개발자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들의 개발 환경은 열악하다. 김 대표는 “게임 개발에 전념하고 그걸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투잡을 뛰겠느냐”며 “지역에서 생활하는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낮에는 알바 등으로 돈을 벌고 밤에 짬을 내서 개발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동 대표인 캐나다인 펠릭스 씨. 공동 대표인 캐나다인 펠릭스 씨.

대기업의 횡포는 중소 게임 개발자들의 목을 더욱 옥죈다. 스무 살 때부터 중소 모바일 게임업체에서 개발 관련 일을 하던 김 대표는 대기업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김 대표는 “중소 업체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게임을 개발해 히트를 치더라도,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매우 유사한 게임을 내놓으면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만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중독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도 꼬집었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자작 게임물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제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의 수 만 건에 달하는 자작 게임들이 사라지기도 했다. 삭제된 건 주로 심의 받을 능력이 부족한 중고등학생들의 작품으로, 김 대표가 어린 시절에 만들었던 플래시 게임들도 덩달아 사라졌다. 김 대표는 “게임 강국을 표방한다면서 이런 황당한 규제로 어린 게임 개발자들을 옭아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게임 개발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