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전 신라 왕족도 ‘어린 돼지’ 즐겨”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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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일 경주 월성 발굴 현장에서 공개한 나무 방패. 연합뉴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일 경주 월성 발굴 현장에서 공개한 나무 방패. 연합뉴스

경주 월성(月城, 사적 제16호) 해자(垓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서 판 물도랑 또는 못)에서 1600년 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방패 2점과 당시 신라 왕족 등의 식생활을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 대거 발굴됐다.

경주 월성서 멧돼지 뼈 등 발견

2만~3만 점 씨앗과 열매 발굴

손잡이 달린 나무 방패도 출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일 경북 경주시 인왕동 발굴 현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성벽에서 제물로 묻은 인골이 발견돼 화제를 모은 월성 서쪽 A지구와 이에 동쪽으로 인접한 B지구 북쪽 1호 수혈해자 최하층에서 찾은 목제 방패 2점을 공개했다. 방패 제작 시기는 모두 340년부터 410년대 사이로 분석됐다.

방패 중 한 점에는 손잡이가 달렸는데, 손잡이가 있는 고대 방패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방패 크기는 가로 14.4㎝, 세로 73㎝, 두께 1㎝다. 손잡이 없는 방패는 가로 26.3㎝, 세로 95.9㎝, 두께 1.2㎝다. 재질은 잣나무류이며, 손잡이는 느티나무로 파악됐다.

월성 수혈해자 최하층에서는 나무 방패와 제작 시기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약 40㎝의 목제 배 모형도 출토됐다. 또 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등장하는 지방관 명칭인 당주(幢主)를 명기한 첫 번째 목간도 발견됐다.

멧돼지 뼈. 멧돼지 뼈.

이번 발굴에서는 해자 내부에서 멧돼지 뼈 수십 개체를 비롯해 말, 개, 소, 사슴류 뼈 등이 발견됐다. 특히 이들 뼈는 경주 월성에서 생활한 신라 왕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소는 멧돼지 아래턱뼈를 조사한 결과, 생후 6개월 안팎이 36%로 가장 많았고 이어 △12개월 11% △18개월 9% △ 24개월 15% △30개월 이상 29%의 비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발굴과 조사 결과는 신라인들이 어린 돼지를 식용 혹은 의례용으로 선호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며 “5세기 신라에서는 멧돼지 사육과 관리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돼지를 공급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대인 식생활을 알려주는 또 다른 실마리는 해자에서 출토한 2만∼3만 점에 이르는 씨앗과 열매다. 연구소는 월성에서 확인된 식물이 63종이라고 밝혔다.

발굴 현장에서 공개된 씨앗은 쌀, 콩, 밀, 보리, 팥, 자두, 가래, 머루, 버찌, 복숭아, 밤, 들깨, 가지, 가시연꽃, 개여뀌, 닭의장풀 등 매우 다양했다. 월성과 주변에서는 이처럼 많은 종류의 곡식, 채소, 과실, 견과류, 향신료가 재배되고 소비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상훈 기자 neato@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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