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어송라이터 이규호 “신비주의 아니에요...내 속도로 한발 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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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의 뮤지션’ ‘신비주의 끝판왕’ '절대동안'... 싱어송라이터 이규호 앞에 붙는 수식어가 적지 않다.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용어들이다.


‘누구...?’하고 의아해 하실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도했건 아니건) 결과적으로 ‘신비주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행보는 매우 드문드문 느릿느릿했다. ‘포즈(Pause)’가 길었다. 정규 앨범으로 따지면 1집이 1999년, 2집이 무려 15년 후인 2014년에 나왔고, 3집은 아직이다.


뮤지션 이규호를 설명할 때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머리끝에 물기’ 그리고 윤종신의 ‘팥빙수’다. 가수 보다 작곡가로 더 유명한 그는 윤종신의 ‘팥빙수’와 ‘몰린’, 이승환의 ‘세가지 소원’과 ‘꽃’, 이소은의 ‘서방님’ 등을 만들었다. 물론, 본인이 직접 부른 ‘머리끝에 물기’는 아직도 이규호를 이야기할 때 꼭 언급되는 곡이다.


“30대를 아무 것도 안하고 작곡가로만 보냈어요. 내실을 다진 기간이었죠.(웃음) 1집 이후에 소속사와 문제가 있었고 풀어야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만사가 두렵고 ‘나 못해’하는 마음이었죠. 지금은, 1인 기획사를 만들어보니까 못할 게 없더라고요.(웃음) ‘아니, 왜 안해?’ 하는 마음이죠. 다만, 혼자 다 하니까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건 있어요. 근데, 저 신비주의 아니에요.”


은둔 이미지 벗고 세상과 소통 활발히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선배이자 절친한 사이인 가수 정혜선이 옆에서 거든다. “규호가 그냥 조용히 우울하게 있고 그런 성격이 아니에요. 처음엔 좀 낯을 가릴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밝고 의외로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스타일이에요. 또, 힘든 일 닥쳤을 때 인내심도 정말 강해요.(웃음)”


얼마 전부터 이규호의 행보가 부쩍 빨라졌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2019년을 염두에 둔 발걸음이라거나, 1인기획사 ‘키키마스터뮤직’을 설립한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밖으로 잘 드러나거나 정규앨범을 짠~하고 발표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규호의 음악활동은 쉼 없이 계속됐다. 결코 다작이라고 할 순 없지만 타 가수의 곡이든 직접 부른 곡이든 1년에 3,4곡 이상의 작업은 꼭 하고 있고 특히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데뷔 20주년’이 되는 올해에 접어들어서는 ‘봄, 현기증’ ‘아보카도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아’ 등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감각적인 싱글들을 공개한 바 있다. 이승환, 윤종신, 유희열 등 작곡가 이규호를 찾는 단골(!) 고객들의 의뢰도 꾸준해 벌써 음악작업이 여러 개 잡혀 있기도 하다.


“곡 작업은 물론, 팬들과의 소통, 음원 유통이나 홍보, 그리고 앨범 배송 같은 것도 일일이 혼자서 다 하려니 힘들기도 하고 시간도 꽤 걸리죠. 잊지 않고 앨범을 주문해주시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고마움을 전하려고 카드도 직접 디자인해 만들고 하나하나 손글씨로 썼는데 휴~... 그래도 저 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어요.”


실제 그의 SNS에 접속하면, 소소한 일상은 물론, 음악작업 및 활동과 관련한 여러 내용들이 꽤 알차게 게시돼 있다. 새로운 곡 작업 소식, 앨범과 감사카드 직접 발송 ‘로동’의 고단함 같은 것도 묻어난다. 댓글은 훌륭한 소통의 창구가 된다.


‘홀로 무대 꽉 차게’ 오랜만에 서울-부산서 콘서트


‘데뷔 20주년’을 꼭 겨냥한 것은 아닌데, ‘마침’ 오랜만에 콘서트도 연다. ‘Kyo Mono 봄, 현기증’을 타이틀로 오는 12일엔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20일엔 부산 가람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게스트가 있긴 하지만 오롯이 이규호 홀로 무대를 꽉 채우는, 밴드 세션도 따로 없이 피아노와 함께 하는 소박하지만 관객과 소통하고 또 집중하기 좋은 그런 무대가 될 전망이다.


“공연준비는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사 외어야죠.(웃음) 연주 정리하고 몸에 익숙하게 하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공연엔 임기웅변, 순발력 이런 것도 굉장히 필요하더라고요. 이 바닥(대중음악계)은, 환갑이 되든 여든이 되든, 신곡을 낼 수 있으면 그 사람이 위너 같아요. 계속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1인기획사 하면서 사실 챙길 게 너무 많아 힘들기도 하고 때로 짜증도 나요. 이번 주엔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근데, 제일 힘든 건, 곡 작업 할 때 제대로 안되거나, 막힐 때예요. 아무리 이것저것 챙길 게 많고 짜증난다 해서 음악작업이 막힐 때만큼 힘들진 않거든요. 비즈니스는 힘들면 성질내면 돼요. 근데 음악은, 감각이 떨어지거나 연습을 안하거나 내 능력 밖의 일이라 생각되면 정말 좌절스러워요.”


천생 뮤지션이다. 그 음악적 능력이 살아있는 한, 혼자서 다 해야 하는 현실이 녹록치 않더라도 이규호는 음악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피아노 연주곡 위주의 새 앨범 발매도 구상 중이다. ‘분실의 아이콘’ ‘단기기억상실’이 우려될 정도로 자주 뭔가를 까먹거나 특히 받아들이기 벅차거나 힘든 게 있으면 ‘몰라,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털어버리는 성격처럼, 어떤 장애에도 굴하지 않는 ‘음악 직진’을 기대해 본다.


사진=이규호 제공


김윤미 기자 m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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