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정보 의무 제출 논란… “국민 알권리” vs “기업기밀 유출”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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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최근 기업들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폐지 내지 완화하겠다고 해놓고는 오히려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 등으로 압박하고 나서 관련 기업들의 비난이 거세다.

화관법 개정안 국회 제출

통과하면 2021년 시행

삼성 등 관련업계 전전긍긍

산안법 개정안도 거센 반발

작업중지명령 해제조건 강화

정부 재량 따라 남발 가능성

■국민 알권리냐 기업 망치는 자해행위냐

앞으로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제출토록 하는 화관법 개정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법안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삼성전자 백혈병 사망 사태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환경부가 추진했다.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1년 시행된다.

이 법안은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수입한 모든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들은 환경물질 관리를 강화하고자하는 정부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의 기밀 정보까지 공개될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무엇보다 사용량에 관계없이 모든 물질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물질 관리법이라며 불만이 많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전자와 화학 분야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앞선 기술을 베끼려고 혈안인데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환경부는 29일 입장자료를 통해 “제도장치를 통해 기업의 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해도 화학물질 관련 사고 등이 발생한 뒤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일반에게 공개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정부 재량 남발 우려

고용노동부가 22일 입법예고한 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도 업계의 반발이 적지않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안은 작업중지명령 발동요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모호하게 규정해 정부 재량에 따라 남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안법 개정안은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업종 혹은 기업별 사정이 달라 세부기준을 시행령에 포함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작업중지명령 해제조건을 강화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앞으로 산업재해 등 사고 발생 후 정부가 여론에 따르거나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작업을 중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산재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부분은 시행하는 것에 비해 해제하는 것이 더 많은 시간과 절차가 요구돼 부담”이라면서 “규제샌드박스 시행 등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실망감을 초래하는 만큼 속도조절 등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동진·서준녕 기자 djbae@busan.com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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