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러 ‘환동해’ 크루즈 여행] 당신 곁으로 살며시 다가온 ‘여행의 꽃’ 크루즈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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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에서 바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모습. 박물관으로 이용 중인 2차 세계대전 당시 군함들과 새로 건설 중인 중앙 대성당이 보인다. 대성당 왼쪽은 고려인의 강제이주 애환이 깃든 혁명광장이다. 크루즈선에서 바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모습. 박물관으로 이용 중인 2차 세계대전 당시 군함들과 새로 건설 중인 중앙 대성당이 보인다. 대성당 왼쪽은 고려인의 강제이주 애환이 깃든 혁명광장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여행은 로망이다. 그 로망의 끝에는 크루즈라는 특별한 여행이 있다.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크루즈. 언젠가는 가고 싶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호사로 남겨둔 채 멀게만 느껴지던 크루즈가 어느새 우리 가까이 다가왔다.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일본을 다녀오는 크루즈 상품이 선보였기 때문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팬스타는 이탈리아 선적의 5만 7000t급 코스타 네오 로만티카호와 전세선 운항 계약을 맺고 부산~일본~러시아를 잇는 환동해 크루즈 운항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떠나는 한·일·러 크루즈 여행, 그 특별한 경험을 소개한다.

부산 모항, 해외 갈 필요 없이 출발

5만 7000t급 크루즈선 위풍 당당

공연장·면세점·스파에 카지노 갖춰

춤·음악·마술 등 프로그램 다채

‘연해주와 우리 역사’ 강연도 마련

망망대해 바라보며 수다 떠는 여유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 인상적

‘요괴도시’ 사카이미나토 매력 흠뻑

크루즈 자체가 이동수단이자 여행 목적지

부산을 모항으로 하는 환동해 크루즈의 가장 큰 매력은 비행기로 해외까지 먼 곳을 이동하지 않고 바로 크루즈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만큼 여행에 더 알뜰하게 투자할 수 있고, 크루즈 여행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상품은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속초에 도착하거나 반대로 속초에서 출발, 러시아와 일본을 경유한 후 부산에 도착하는 두 가지다. 운항 거리와 시간, 기항지 관광 일정 등의 여러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도 관광을 같이 즐길 수 있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크루즈가 출발하는 속초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본 코스타 네오 로만티카호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거대했다. 총톤수 5만 7150t, 13층 높이 규모에 승객 1600명과 승무원 600여 명이 탈 수 있는 중형급 크루즈다.

코스타 네오 로만티카호의 수영장. 사진=일부 팬스타 제공 코스타 네오 로만티카호의 수영장. 사진=일부 팬스타 제공

‘바다 위의 5성급 호텔’에 맞게 크루즈 안에는 각종 공연장과 수영장, 스파와 피트니스센터, 면세점, 카지노, 레스토랑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여행을 보다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 출발하는 전세선 운항이라는 점이다.

선상신문, 안내방송 등 선내 서비스가 한국어로 이뤄지고, 공연 프로그램과 식사 메뉴에도 한국적 특성이 최대한 감안됐다.

여행은 크루즈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여행이 목적지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크루즈는 그 자체가 이동수단 겸 리조트요, 여행의 목적지인 셈이다.

아는 만큼 즐기는 크루즈 여행

크루즈 안에서의 하루는 시간이 부족하다. 속초에서 출항하면서부터 애니메이터라고 불리는 공연팀들과의 ‘바이바이 속초’ 선상 파티가 시작됐다. 모두가 시작부터 들뜬 기분이다. 육지와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가 크루즈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이 주는 묘한 감정이 크루즈 여행의 매력이다.

항해 중에도 라틴댄서 쇼와 마술 쇼, 음악 공연 등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수시로 진행된다. 각종 프로그램을 즐기는 중간중간 수영장과 스파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수영장 옆 소파에 앉아 가족과 얘기를 나누고, 라틴댄스를 배우며 지친 일상을 내려놓고…. 그 모든 것이 언제든 가능하다. 아예 아무 것도 안하고 음악을 들으며 한없이 바다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크루즈 여행만의 묘미다.

이번 환동해 크루즈는 한국 여행객들을 위한 전세편의 특성을 살려 ‘연해주와 우리 역사’ 강연, 명창의 선상 콘서트, 타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이벤트들도 알차게 마련됐다.

식당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이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뷔페와 정찬 메뉴 중 선택이 가능하다. 조식은 룸서비스도 가능하다. 이밖에 늦은 아침식사, 간식 시간, 야식 시간 등 24시간 동안 언제든지 호텔식 서비스를 받으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틀 정도는 저녁에 선장이 참석하는 정찬이 마련된다. 갈라 디너에서는 승무원과 승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교댄스와 기차놀이를 즐기는 이색적인 시간도 경험한다. 식사는 모두 크루즈 여행에 포함돼 있으며, 맥주와 와인 등 주류는 유료다.

기항지 관광, 이국 도시를 거닐다

‘요괴도시’로 유명한 일본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요괴도시’로 유명한 일본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크루즈는 승객들이 쉬고, 즐기는 사이에도 항해를 계속해 어느덧 새로운 이국의 도시에 닻을 내렸다. 기항지에서는 주어진 시간만큼 기항지 관광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자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크루즈 여행의 기항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두 군데였다. 2일 차 오후에 방문한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발점이자 최근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동방을 지배하라’라는 뜻을 가진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인만큼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먹거리가 매력적이다.

전철 외부는 물론 도시 곳곳에서 요괴 그림과 동상을 찾아볼 수 있다. 전철 외부는 물론 도시 곳곳에서 요괴 그림과 동상을 찾아볼 수 있다.

크루즈 부두 바로 옆에 기차역이 있고, 기차 선로를 따라 혁명광장과 잠수함 박물관 등이 가까이 있다. 혁명광장은 1937년 강제 이주를 위해 고려인을 집합시켜 놓았던 곳으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이밖에 금각교와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아르바트 거리와 해변공원, 정교회 대성당 등이 대표적인 관광지다.

전일 항해 끝에 4일차에 도착한 일본 사카이미나토는 일본에서도 ‘요괴 도시’로 이름난 작은 항구도시다.

‘게게게의 키타로’로 유명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거리와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철역 바깥벽은 물론 전철의 안팎이 요괴 그림으로 꾸며져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온천 체험과 함께 세계의 역사적 등대 100선에 오른 모호노세키 등대를 둘러보는 코스가 인기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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