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밥의 배신, 그렇다면?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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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라이프팀장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양이 균형을 이룬 식사를 하고 운동으로 근육과 뼈의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날이 갈수록 집밥보다는 외식을 더 자주 먹게 된다. 또 저녁 외식은 음주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운동 시간을 뺏는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가정식으로 에너지를 섭취한 비율은 38.3%에 불과했다. 통계를 시작한 2005년 58.6%보다 20.3%포인트 떨어진 역대 최저치다. 반면 음식점에서 에너지를 섭취한 비율은 29.5%로 역대 최고다. 조리하거나 간단한 조리 뒤 섭취하는 일반·편의 식품은 24.8%로 2016년(24.9%)과 비슷했다. 음식점 식사나 편의 식품 섭취는 모두 외식에 포함된다.

일상화된 외식 건강 크게 위협

집밥도 나트륨 높아 안심 못해

20분 젓가락 식사로 과식 막고

구내식당 이용, 채소섭취도 늘려야

이 통계만 보면 외식이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흔히 건강식으로 나눠지는 집밥은 괜찮을까. 집밥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일까.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팀이 국내 10개 지역(부산·서울·인천·부천·대전·천안·대구·안동·광주·전주)에서 음식 20종, 600개 메뉴를 수거해 나트륨 함량을 살폈다. 그 결과, 가정식은 볶음과 조림, 찜에서, 외식은 탕과 째개에서 나트륨이 훨씬 많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식에서 볶음류 메뉴 1인분 나트륨 평균 함량은 942㎎이었지만, 외식은 879㎎였다. 조림류는 가정식이 627㎎, 외식이 361㎎이었다. 찜류는 가정식이 1430㎎, 외식이 1123㎎이었다. 반면 탕과 찌개는 외식의 1인분(1그릇) 나트륨 평균 함량이 1881㎎으로 가정식 768㎎보다 많았다.

또 가정식과 외식을 구분하지 않고 평균을 냈을 때, 100g당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메뉴는 멸치볶음(1897㎎)이었다. 그다음은 우엉·연근 조림(821㎎), 양파 장아찌(809㎎), 배추김치(638㎎) 순이었다.

한마디로 ‘집밥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건강식으로 믿었던 집밥이 외식보다 나쁠 수 있다는 결론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여기에 ‘나트륨은 건강식 여부의 한 척도에 불과하다’ ‘집밥이 외식보다 훨씬 더 위생적이다’ ‘외식은 집밥의 영양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격한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요즘 집밥을 잘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영양을 고려해 다양한 반찬을 만들기 보다는 반찬 하나, 국 하나 겨우 차려서 입에 밀어넣듯 먹지 않는가. 바쁘다고 앉지도 않고 서서 숟가락으로 허겁지겁 먹지는 않는가. 먹다 남은 음식을 아깝다고 밀폐 용기에 보관했다가 다시 먹지는 않는가. 집밥의 배신이 아니라 우리가 집밥을 배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제 외식도, 집밥도 안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을 지키는 식사를 할 수 있을까. 모든 이에게 맞는 답은 없지만, 일반적인 해결책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실천이 문제다.

그 첫 번째가 젓가락으로 20분 이상 먹는 것이다. 말없이 혼자 밥을 먹거나 국, 찌개에 밥을 말아 마시듯 빠르게 먹으면 필요한 양보다 더 먹게 된다. 체내에 남아도는 에너지는 복부에 쌓이고 혈액순환을 저하한다. 젓가락은 폭식과 과식을 억제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은 식사 시작 15분 이후 나오기 때문에 천천히 할수록 더 좋다.

둘째 짜고 단 맛에 길든 미각을 바꿔야 한다. 외식이 잦아들면서 중독이 강한 ‘단짠’에 길들기 쉽다. 자극적인 맛은 식탐을 부르고, 식탐은 과식도 편식을 다시 유발한다. 외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단체 급식 체계를 갖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영양사가 한 끼의 맛과 영양을 고려해 최적의 식단을 구성한다.

마지막은 의도적인 채소 섭취다. 채소의 하루 권장량인 500g을 섭취하는 비율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6년)에 따르면 38.3%에 불과하다.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 마그네슘 같은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면 에너지 전환 효율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진다. 외식할 때 채소를 먼저 먹거나 채소를 데쳐 먹는 샤부샤부를 자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kscii@busan.com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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