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멈추지 않는 조현병 살인… 응급·긴급 대책 세워야
정신질환으로 인한 끔찍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조현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매주 전남에서 부산까지 오가며 동생을 돌봐왔던 누나는 안타깝게도 조현병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오래전부터 조현병을 앓아온 피의자는 올 2월 한 달을 비롯해 그동안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해왔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아파트 안에서 벽을 치는 이상 행동으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사건을 예고하는 징후는 이번에도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최근 멈추지 않는 조현병 살인은 납득할만한 살해 동기도 없고, 이웃과 가족 등 대상을 가리지도 않는다. 경찰이 사건 직후에야 피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니 너무 늦었다. 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조현병 환자 다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니, 누구든 애꿎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중증의 조현병 환자가 지금처럼 방치 상태에서 혼자 살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다.
우리 사회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 및 긴급 대책을 속히 세워야 할 때다. 무엇보다 경찰과 행정의 적극적인 초동대처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최대 3일에 불과한 임시방편인 응급입원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진주 방화사건 발생 이후 응급입원 의뢰 건수가 늘며 병상 부족이 심각해져서다. 청소년이거나 외상 또는 질병을 가진 정신질환자는 현재 의료법상으로 정신병원 응급입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니 법률 개정도 속히 이뤄져야 한다.
오늘 시청에서는 부산지역 14개 기관이 참여하는 ‘정신질환자 관리 관계 기관장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촘촘한 관리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들 기관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미등록 고위험 정신질환자를 전수조사하고, 정신건강 사각지대 모니터링으로 정신질환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교훈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책임은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가들이 공조해서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에게만 떠맡기면 불행한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