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혈관 속 시한폭탄, 증상 나타나면 이미 늦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고지혈증은 혈액 내 지방 성분이 정상보다 많은 상태이다. 고지혈증이 있으면 흔히 동맥경화증(또는 죽상경화증)이라고 부르는 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정도에 비례해 심장과 뇌혈관 질환의 위험도 동시에 커지는 것이다.

동아대병원 순환기내과 김무현 교수는 “혈관 속 시한폭탄인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원인제공을 하는 것이 고지혈증인 셈이다. 고지혈증이 혈관질환의 뇌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심근경색·뇌졸중 등의 원인

환자 대부분 자각 증상 없어

혈액검사로만 판단 가능

식이요법 등 적절한 체중 유지

쇠고기 등 동물성 지방 피하고

나쁜 콜레스테롤 LDL 수치 낮춰야

에제티미브·EPA·PCSK9 등

치료 약물들 새롭게 ‘주목’

고지혈증 자각 증상 없어

고지혈증은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다. 환자 스스로 느끼기 어렵고 오직 혈액검사로만 알 수 있다. 만일 고지혈증이 원인이 되어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진행된 상태라 볼 수 있다.

간혹 일부 환자에서 혈액 내에 중성지방이 크게 증가해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아킬레스건에 황색종(피부에 생기는 황색 종양)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개는 증상을 못느끼고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고지혈증이 진단되면 우선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과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이요법의 목표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포화지방은 주로 쇠고기, 돼지고기, 버터 등의 동물성 지방에 많이 들어있다. 또 팜유와 코코넛 기름과 같은 식물성 기름에도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고지혈증 표준 약물 치료지침

LDL(저밀도 지방단백질)은 콜레스테롤을 혈관 벽으로 운반해 쌓이게 하기 때문에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HDL(고밀도 지방단백질) 콜레스테롤은 반대로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거두어 간(肝)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린다.

혈중 총콜레스테롤 수치에서 HDL 수치를 뺀 비 HDL 수치가 160mg/dl 이상인 경우에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 HDL 수치가 LDL 수치보다 심혈관질환 위험 지표로 더 유효하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약물치료에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널리 쓰인다. 이 약물은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으며, LDL 콜레스테롤을 집중적으로 떨어뜨리고 중성지방도 일부 떨어뜨린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려주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경미하다.

미국심장학회와 국내학회에서는 지난해 새로운 치료지침을 내놓았다. 여러가지 내용이 바뀌었는데 그중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의심되면 금연, 절주, 운동 등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요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LDL 수치를 낮추기 위해 고강도 스타틴 치료가 필요 △중증 가족성 고지혈증의 경우 LDL 수치가 190 이상일 경우 고강도 스타틴을 사용 △40~75세 당뇨병 환자이면서 LDL 수치가 70 이상인 경우는 중등도 이상의 스타틴을 사용 △기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 10년 위험도를 계산하여 치료를 결정할 것 등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러면 LDL 수치를 어디까지 낮추어야 하나.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가장 위험한 극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LDL 수치를 55 이하로 낮출 것을 권유하고 있다. 향후 치료지침은 더 수치를 낮추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바이오제제 PCSK9 등장

스타틴이 약물치료의 핵심이지만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치료약물들이 등장했다. 에제티미브와 EPA, 그리고 강력한 바이오제제인 PCSK9가 그것이다.

에제티미브(Ezetimibe)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지질저하제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소장에서 체내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어 혈액 중 지질 관련 수치들을 낮춰준다.

EPA는 우리가 잘 아는 오메가 3 지방산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으로 뇌기능을 촉진시키고 중성지방을 낮춰준다. 최근 미국심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EPA 4g을 사용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을 2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시판중인 오메가 3 지방산은 FDA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용량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한다.

PCSK9는 월 1회 또는 2회 주사로 간단히 해결되는 강력한 바이오제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60~70% 이상 떨어뜨는 효과를 발휘한다. 현재 암젠과 사노피 두 회사에서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는데 보험은 가족성 고지혈증에만 적용된다.

동아대병원 김무현 교수팀이 2014년부터 약 40여명의 환자를 임상시험한 결과 특별한 부작용없이 2~3년간 콜레스테롤 수치를 70 이하로 유지했다.

김무현 교수는 “가족성 고지혈증 환자나 당뇨를 동반한 환자가 고강도 스타틴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이 약물 주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보험적용이 안되는데 실손보험이 있는 경우는 일부 지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