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병원, 국내 첫 사할린 진출… “직접 환자 찾아 나서야”
지난달 29일 개원한 사할린힘찬병원에서 러시아 환자가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척추 비수술 주사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힘찬병원 제공
“지금까지는 앉아서 에이전시 등을 통해 해외에서 환자가 오기를 바랐다면 이제부터는 병원이 직접 환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수도권과 경쟁하는 지역병원 입장에서는 공략 지역에 대한 더욱 특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사할린섬 남쪽 도시인 유즈노사할린스크에 국내 병원 처음으로 상원의료재단 힘찬병원(대표원장 이수찬)이 ‘사할린힘찬병원’을 개원하며 본격적인 현지 진료를 시작해 국내 의료계의 관심을 끌었다. 수도권으로의 환자유출 방지와 함께 국외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관광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부산지역 의료계에도 이번 사할린힘찬병원의 사례는 적잖은 시사점을 던졌다.
지난달 ‘사할린힘찬병원’ 개원
비수술 치료·재활 치료실 구비
물리치료사 2명 현지 파견
러시아 의사·치료사까지 고용
원격 화상진료시스템 갖춰
사할린힘찬병원 개원식 모습.
유즈노사할린스크시 관계자와 현지 언론사,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등 50여명이 참석해 이날 개원한 사할린힘찬병원은 총 연면적 200여평 규모의 2층 건물에 1층에는 비수술 주사치료실, 2층에는 원무과, 외래진료실, 재활·물리치료실로, 척추 비수술 주사치료와 재활·물리치료를 갖췄다.
특히 사할린힘찬병원은 현지 환자 유치를 위해 국내에 근무하던 물리치료사 2명을 현지에 파견해 한국에서 수술한 환자의 사후 관리와 현지 환자의 1차 진료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 러시아 의사와 물리치료사까지 직접 고용해 현지 환자들의 거부감을 줄였다.
화상진료 장면.
사할린 환자의 진료는 먼저 사할린힘찬병원에 구축된 원격 화상진료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매주 2회 정기적으로 한국에 있는 전문의와 화상시스템을 통해 현지 의사와 함께 환자를 진료한다. 이때 물리치료사도 배석해 진료 후 효과적인 1차 물리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척추 비수술 주사치료나 물리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은 현지에서 치료하고, 수술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국내 힘찬병원으로 인계한다.
이날 개원식 당일에도 평소 척추질환이 있는 러시아 환자 3명이 척추 비수술 주사치료(블록 주사치료)를 받았다. 이중 올해 3월 한국 힘찬병원에서 어깨 관절내시경 수술을 받은 이즈마일로바 라미자(46·여) 씨는 국내 집도의와 원격 화상진료를 통해 “한국에서 수술 이후 관리와 재활치료가 걱정이 되었는데, 사할린에 병원이 설립돼 직접 주치의와의 상담은 물론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역시 척추 비수술 주사치료를 받은 타바시니코바 라이사(69·여) 씨는 “허리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이런 치료는 여기서 처음으로 받았다. 통증이 훨씬 덜한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이처럼 힘찬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사할린에 진출한 것은 국외 환자의 유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사할린은 의료기술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국외로 나가는 환자들이 많은데,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의료기술에 대한 선도호가 높다는 것이다. 기후나 식생활 등으로 관절·척추 환자들이 많은 점도 고려됐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사할린이나 블라디보스톡 등 극동 환자들이 한국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고, 관절·척추 수술은 특성상 사후 재활의 중요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사할린에 직접 병원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힘찬병원은 국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는 이례적으로 국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에 관절·척추센터를 개소했으며, 오는 6월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최초의 종합병원급 한국식 병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원장은 국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지역 병원의 경우 직접 현지 시장과 맞닥뜨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외 환자들의 접근도나 인지도가 떨어져 먼저 화상진료나 원격진료를 통해 현지 접근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부산과 창원의 힘찬병원에도 다른 나라 병원들과 연계해 국외 환자들이 많이 찾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즈노사할린스크=곽명섭 선임기자
kms01@busan.com
곽명섭 선임기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