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다빈치 로봇 수술] 작은 구멍으로 ‘흉터 더 작게’ 3D영상 보며 ‘더 정밀하게’…진화하는 ‘수술 로봇’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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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장치 콘솔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김태효 교수. 동아대병원 제공 조정장치 콘솔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김태효 교수. 동아대병원 제공

외과 의사는 눈에 보이는 시야와 손으로 만져지는 촉감을 중시한다. 외과 의사의 고집 같은 것이다. 개복 수술 대신에 복강경 수술이 도입됐을 때 시야와 촉각의 도움 없이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사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로봇수술이 들어왔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로봇수술은 촉각이 없어서 조직이나 장기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10배 이상 확대된 입체영상을 통해 능수능란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로봇팔이 사람의 손처럼 움직임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비뇨기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 시작됐던 로봇수술이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로 그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의사가 조종간 움직여 수술 진행

좁고 복잡한 곳도 자유자재 수술

최소 상처로 출혈 적어 회복도 빨라

외과·산부인과 등으로 영역 확대

촉각 느낄 수 없는 점과 고비용 단점

4세대 다빈치 수술용 로봇 도입

2002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다빈치 수술용 로봇이 미국 내에 보급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 제너럴병원이 2004년 최초로 로봇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을 시행했다.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싱가포르 제너럴병원과 교류를 통해 2005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립선암 환자를 싱가포르로 데려가서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2007년 11월에 한강 이남에선 최초로 로봇을 도입, 신장암과 방광암 등 비뇨의학과 영역의 수술을 진행했다.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공동으로 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4세대 다빈치 수술용 로봇을 들여와 로봇팔의 사용 각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외과 김관우 강성화 교수팀은 경남지역에서는 최초로 간담도와 췌장의 로봇수술을 시행한 바 있다. 특히 담낭절제술과 난소의 양성 질환의 수술에서는 단일공 로봇수술을 성공시켜 세계적인 로봇수술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 수술영역 확대

다빈치 수술용 로봇은 입력된 수치에 의해 로봇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수술자가 조종간을 움직여 실시간으로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장비다.

다빈치는 크게 수술자가 앉아 있는 조종장치, 로봇팔, 영상조율장치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로봇팔은 원하는 수술 부위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환자 주위에 위치한다. 환자의 몸에 3~5개의 구멍을 만들어 수술에 필요한 로봇팔 장치를 넣는다. 수술 준비가 끝나면 의사는 조종장치에 앉아서 3D 입체영상을 보면서 로봇팔을 움직여 수술을 진행한다.

로봇수술이 도입된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가장 일반적인 로봇수술은 갑상선암이다. 개복 수술에 비해 현저히 흉터가 작고, 갑상선이 위치한 아주 좁은 공간에서 정밀한 로봇팔의 움직임을 활용할 수 있다.

그 외에 목 주변에 생기는 다양한 종양에도 적용된다. 입을 통해 아래 입 안쪽에 공간을 만들어 로봇팔을 넣으면 아무런 흉터가 남지 않는다. 또 귀 뒤쪽에 절개하고 목을 둘러싼 조직을 박리한 후 공간을 만들어 로봇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수술기법인데, 동아대병원 이비인후과 이동근 교수가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배종운 교수는 2011년 부터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의 종양 질환에 로봇수술을 시도했다. 조연진 교수는 최근 환자의 몸에 구멍을 하나만 만들어서 난소물혹을 제거하는 단일창 로봇수술에도 성공했다. 난소질환은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흉터가 거의 없으면서 안전하게 수술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흉부외과 정상석 교수팀은 2007년 다빈치가 도입될 당시부터 로봇으로 식도암을 치료하고 있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의사가 앉아 있는 조종장치, 로봇팔, 영상조율장치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최근에 도입된 4세대 다빈치 로봇은 로봇팔의 사용각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의사가 앉아 있는 조종장치, 로봇팔, 영상조율장치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최근에 도입된 4세대 다빈치 로봇은 로봇팔의 사용각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안정성과 효능 논란

로봇수술의 가장 큰 단점은 촉각이 없다는 점과 고가의 장비라는 점이다. 2002년 1세대 수술용 로봇이 개발될 때부터 이런 이유로 많은 외과의사들이 도입을 꺼렸다.

최근에는 촉각 측면에서의 단점이 보완됐다. 미국에서 개발된 수술용 로봇은 인체 각 조직의 탄성계수를 로봇에 입력해 수술 중에 주변 장기와 접촉이 있을 경우 반발력이 전달되도록 했다. 탄성이 느껴지면서 마치 사람의 손을 이용하여 조직을 만지는 것과 같은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비용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다빈치 로봇수술 비용은 700만~1100만 원 수준이다. 환자 부담이 큰 편이다.

체내에서 종양조직을 제거한다고 할 때 복강경 수술을 할 때와 결과는 비슷한데 비싼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수술은 미래수술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상의 영상자료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로봇팔이 좁고 복잡하며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병변을 찾아내 자유자재로 수술을 진행한다. 최소 상처로 출혈이 적어 환자의 회복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그 결과 수술 후 환자의 예후가 좋고 수술부위의 기능회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인 김태효 비뇨의학과 교수는 “새로운 수술법이 계속 연구되면서 로봇수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로봇수술이 의료계에서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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